공적자금을 벤처기업에 알선해준 대가로 7억8,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다 해외로 도피했던 전 국가정보원 경제단 소속 사무관 김모(40)씨가 지난해 3월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검찰은 “받은 돈의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무혐의 처분 이유를 밝혔지만, 김씨가 2002년 검찰의 수사 도중 해외로 도피했던 데다, 받은 돈의 액수가 커 사건처리 과정에 의혹이 일고 있다.2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2001년 말부터 진행한 한강기금 등 4대 기업구조조정기금 비리 수사과정에서 당시 국정원 5급 직원인 김씨가 벤처기업 S사와 N사 등에 기금유치를 도와준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그러나 김씨는 2002년 1월5일 참고인으로 한 차례 조사를 받은 뒤 같은 달 15일 돌연 홍콩으로 도피했다. 검찰은 같은 해 2월 중간수사결과 발표 때 “김씨가 1999년 12월 부인 명의로 S사 주식 2만5,000주(액면가 1,000원), 2000년 1월 부인과 누나 명의로 N사 주식 1만700주(액면가 500원)와 현금 8,000만원을 두 회사의 경영컨설팅사인 K사로부터 챙겼다”고 밝힌 뒤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S사와 N사는 2000년 4월 한강기금으로부터 투자금 370억원을 유치한 뒤 주가가 각각 10만원과 8,000원으로 급등해 김씨가 기금투자 과정에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검찰은 김씨가 2002년 4월 22일 귀국한 사실을 출입국관리소로부터 통보 받았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지난해 3월 무혐의로 내사를 종결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당시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들이 법원에서 무죄가 난 상황이어서 이들과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는 2000년 7월부터 2001년 말까지 정통부를 담당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온 터여서 정통부와 국정원 내부에서도 무혐의 처분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당시 지방 명문고 출신인 김씨가 국정원 내 동향 간부들의 비호를 받았고, 이로 인해 김씨 처리를 놓고 검찰과 국정원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