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추석연휴 사찰로 떠나는 사색여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추석연휴 사찰로 떠나는 사색여행

입력
2004.09.22 00:00
0 0

추석명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왠지 마음이 무겁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궁핍한 주머니 사정, 팍팍한 인심, 어지러운 사회분위기 등이 가뜩이나 처연해지는 이 시절의 마음을 짓누르는 탓이다. 그래서 유난히 긴 추석연휴지만 길 떠나기가 부담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요란스럽지 않은여행지를 찾기 마련. 사찰여행이 제격이다. 다람쥐 챗바퀴 돌 듯한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고 심신을 달랠 수 있는 곳, 사찰로 안내한다.

●수도권

▲수종사

수도권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사찰을 꼽으라면 단연 수종사다.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 8부 능선에 자리잡고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되는 두물머리에서 남양주 덕소 방향으로 가는 45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왼편이다. 세조가 금강산 구경을 다녀오던 중 두물머리 인근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한밤중에 종소리가 들려 확인해보니 굴속에서 떨어지는 물소리(水)가 마치 종(鐘)소리처럼 들린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가볍게 등산하기 좋다. 절앞까지 도로가 나있다. 그러나 경사가 급해 초보운전자는 조심해야 한다. 절 자체의 볼거리는 지방문화재인 팔각 5층석탑과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 정도. 하지만 이 곳에서 굽어보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경치는 보는 이의 가슴을 압도한다. 해동 제일의 사찰이라는 옛 사람들의 말이 헛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와우정사

용인시 해곡동 연화산 자락에 세워진 절이다. 절의 역사는 30년 남짓이지만 세계 최대의 향나무로 만든 와불상과 황동 5만근으로 만든 높이 8m의 불두상을 비롯, 미얀마,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불상 3,000여점 등 구경할 것이 널려있다. 이 때문에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욱 유명하다. 황동으로 만든 5존불, 12톤 무게의 통일의 종, 전북 진안의 마이산 탑사를 연상케하는 돌탑 등도 빼놓지 말아야한다.

▲칠장사

칠현산 자락에 위치한 안성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7세기 중엽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칠현산의 원래 이름은 아미산(峨嵋山)이었다. 고려의 명승인 혜소국사가 이 곳에서 7명의 도적을 교화시켜, 칠현산이 됐다고 전한다. 칠장사는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의 스승인 갓바치(병해대사)가 머물던 곳이다. 벽초 홍명희가 쓴 소설 ‘임꺽정’에 칠장사가 자주 언급됐고, 이 곳에서 동명의 드라마가 촬영되면서 최근 유명해졌다. 인조반정으로 복귀한 인목대비가 아들 영창대군의 넋을 기리는 원찰(願刹)로 삼기도 했다.

●강원ㆍ충청권

▲월정사

설악산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먼저 단풍이 든다는 오대산 동쪽 계곡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선덕왕 14년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국보 48호 8각9층석탑, 보물 139호 석조보살좌상 등 문화재들이 많다. 특히 계곡 옆으로 나있는 전나무 숲길은 국내 사찰길 중 최고이다. 전국의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웅전 처마와 9층석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한편의 작품이 된다.운이 좋으면 성급하게 물든 단풍을 볼 수도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적멸보궁 상원사를 비롯, 오대암자, 영감사 등이 멀지 않은 곳이 있으니 같이 둘러보는 것이 좋다.

▲개심사

충남 서산시 운산면 신창저수지를 지나면 만난다. 백제 의자왕 14년(651) 때 창건됐으니, 1,300년을 훨씬 넘긴 고찰이다. 대웅전, 명부전, 팔상전, 심검당 등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한국의 미를 맛볼 수있는 건축물들이 늘어서있다. 이중 대웅전(보물 143호)은 조선 초기 대표적인 건축양식인 다포식(多包式) 맞배지붕을 하고 있어 건축에 관심있는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입구에서 절까지 놓인 200개의 계단을 오르는 동안 속세의 때묻은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진다.

▲구인사

충남 단양군 소백산 자락에 자리잡은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이다. 대형 호텔을 연상케할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이다. 국내 최대규모의 5층 대법당을 비롯, 삼보당, 설선당, 총무원, 인광당, 장문실, 향적당, 도향당 등 50여동의 건물들이 1만5,000여평의 경내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한번에 1만명에게 급식을 할 수 있는 취사시설도 갖추고 있다. 선문기도원앞을 가득 메운 장독대와 절의 단청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호남권

▲사성암

봄이면 섬진강을 끼고 매화, 벚꽃, 배꽃 등이 잇따라 피고지며 현란한 자태를 뽐내는 곳이 하동-구례간 19번 국도이다. 여기서 861번 지방도를 따라 구례 방향으로 진입, 죽마리 쪽으로 가다보면 꼬불꼬불한 산길을 만난다. 사성암(四聖巖)은 513m 높이의 오산 정상 부근에 서있는 자그마한 암자이다. 도로사정이 나빠 세인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경치 만큼은 어느 유명 사찰에 뒤지지 않는다.절에 들면 발아래로 섬진강과 하동의 넓은 악양벌이 한 눈에 펼쳐진다. 무등산까지 이어지는 산자락과 지리산 연봉까지 모두 품고 있다. 백제 성왕22년(544년) 연기조사가 창건했다. 산이름을 따 오산암으로 불렸다가 연기, 원효, 도선, 진각 등 4명의 고승이 수련을 한 곳이라 하여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병풍처럼 두른 바위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암자의 모습이 아찔하기까지 하다. 암자에 들면 유리창 너머로 부처님의 벽화를 볼 수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불갑사

전남 영광의 불갑사는 이달 말 절정을 이루는 꽃무릇 하나만 보기 위해서라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계곡에서 절 입구까지 200m구간에 붉다 못해 서럽기까지 한 꽃무릇이 군락을 이룬다.

▲선운사

전북 고창의 선운사는 원래 봄 동백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가을이면 꽃무릇이 붉음을 대신한다. 선운산 관광시설지구에서 절 입구까지 온통 붉은 색이다.

●영남권

▲통도사

불가에서 삼보(三寶)라 함은 불ㆍ법ㆍ승’ 일컫는다. 이 세가지를 대표하는 사찰을 삼보사찰이라고 부른다. 경남 합천의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법보사찰, 전남 순천의 송광사는 수많은 승려를 배출한 승보사찰이다. 경남 양산의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자 불보사찰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을 비롯, 극락보전, 약사전, 용화전, 관음전 등 국보급 문화재가 부지기수이다.

절을 끼고 있는 계곡이 아름다우며, 서운암, 극락암, 비로암 등 계곡마다 숨어있는 20개의 암자는 통도사 여행을 더욱 살찌우는 요인이다.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 강화의 보문사와 함께 국내 3대 기도도량으로 알려진 곳이다. 남해 금산 정상 부근에 자리잡은 암자로 남해 한려수도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특이 이 곳에서 보는 남해의 일출은 압권. 주변에 펼쳐지는 바위들은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나그네의 시선을 제압한다.정상 8부능선까지 도로가 나있다. 쌍홍문, 상사암, 일월봉, 흔들바위, 삼불암, 좌선대 등 나무랄 것 없는 절경들이 주위에 널려있어 한 번 올라오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곳이다.

/글ㆍ사진=한창만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