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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후진타오 중국'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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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후진타오 중국' 기회로 삼자

입력
200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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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후진타오는 2002년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 2003년 3월 국가주석에 선출된 데 이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선출되면서 명실상부한 최고실력자로 등극하였다.임기가 2007년까지 보장된 쟝쩌민의 조기은퇴로 후진타오는 예상보다 빠르게 자신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일부에서는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권력갈등이라는 각도에서 이번 권력교체를 해석하고 있으나 ‘당이 군을 지휘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중국공산당에서 후진타오가 당의 지휘권을 계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고 할 수있다.과도기적으로 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유지하고 있던 장쩌민의 조기은퇴는 오히려 현재 중국정치의 세대교체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심각한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후진타오 시대의 개막이 당장 중국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세대교체의 완료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후진타오는 이제 과거의 정책과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에서 벗어나 중국이 직면한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할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중국의 개혁개방노선은 지금까지 경제성장이라는 목표에 모든 정책을 종속시켰다. 그런데 개혁개방의 성공적 추진은 최근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키고있다.시장화와 개방화는 중국에 도농격차 등 빈부격차의 빠른 증가를 초래하였고, 경제성장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위협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는 모두 중국의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진타오 등 새로운 지도부는 대내적으로 ‘인민을 근본으로 한다(以民爲本)’ 원칙을 앞세우고 소외계층과 지역에 대한 많은 관심을 표명해왔다.그리고 정책적으로 불균형발전노선에서 균형발전노선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소위 ‘화평굴기(和平堀起ㆍ평화로운 부상)’을 내세우며 경제력과 국력에 부합하는 대국으로의 부상과 국제사회와의 평화적 공존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선은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중관계에도 적지 않은 함의를 가지고 있다. 최근 동북공정 문제를 계기로 한중관계에 대한 많은 주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고구려사 왜곡을 중국의 패권주의적 의도가 드러난 것을 간주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예를 들면 대만문제 등의 카드를 동원하여 중국에 압력을 가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이러한 목소리들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막연한 낙관론이 지배하였던 우리사회에 중국의 성장이 가져올 여러 결과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그리고 중국이 영토주권의 정당성을 역사왜곡을 통해 주장하려는 시대착오적 행위를 시정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향후 우리가 어떤 중국정책을 택하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새 지도부의 노선은 중국이 소득격차 해소와 사회통합의 강화 등의 국내 과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집중하여야 하고 대외적으로 이를 위한 안정적인 환경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을 당장 팽창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상호보복의 악순환을 부를 가능성이 높은 다른 카드와의 연계시키는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피할 필요가 있다.

협력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것은 중국지도부들의 중국위협론에 대한 경계심과 이를 피하려는 노력을 적절하게 활용하는것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즉 적대적 감정을 증가시킬 보복이 아니라 중국의 행위가 초래할 위협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입장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상황이다. 한중관계에 대해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냉전적 사고를 넘어서 경쟁과 협력이 병행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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