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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로 학생 평가 땐 나도 대학 못 갔을 것", KAIST 러플린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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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로 학생 평가 땐 나도 대학 못 갔을 것", KAIST 러플린 총장

입력
200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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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능력을 점수로 판단하는 한국의 대학 입시 제도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예술,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를 머리 좋은 사람들이 이끌어간 적은 없지요. 중요한 것은 용기와 신념이라는 것을 학교와 기업이 알았으면 합니다.”한국과학기술원(KAIST) 로버트 러플린(54) 총장은 21일 기자 간담회에서 고교 등급제에 관한 질문에 “제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 똑 같은 기준으로 성적을 매겨 상위 몇 등 안에 드는 학생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그런 방식의 교육이라면 인구 3만의 소도시에서 평범한 고등학생 시절을 보낸 나 역시 기회를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천리마는 늘 있다. 다만 녀석들을 찾아내는 것이 문제다. 대학과 기업에 중요한 것은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뽑는 일이다”라고 강조해 왔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7월 14일 총장 취임 후 두 달여에 대해 그는 “미국과 한국뿐 아니라 모든 과학 관련 대학의 주요 고민은 같다”며 “과학의 영역을 인문ㆍ사회ㆍ예술 등 다른 학문 분야는 물론 기업과도 효율적으로 연계해 개발한 기술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곡을 작곡할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다. 지난 10일 ‘제1회 KAIST 뮤직 페스티벌’이 열린 것을 소개하며 “한국 학생들의 추진력에 놀랐다. 학생들이 준비하는 음악회를 열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무섭게 무서운 속도로 척척 진행돼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러플린 총장은 벌써 웬만한 한글은 읽는 수준이 됐다. 각 과 교수들과 1 대 1 면담을 갖고 국회, 기업체 등에서 강연을 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등산을 즐기며 평범한 삶을 원한다는 그는 16~18일 제주도에서 제1회 KAIST CEO(최고경영자) 포럼에 참석하고 한라산에도 오를 계획이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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