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들이 비축해놓고 있는 현금 규모가 44조원에 이른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여전히 투자나 고용 보다는 부채상환과 자사주매입, 현금 쌓아두기에 주력하고 있다.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1,048개 상장 ㆍ코스닥ㆍ금감위 등록 제조업체들이 보유한 현금은 총자산의 10.5%로 전 분기말(10%)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금액으론 41조원에서 44조원으로 3조원 증가했다.
이중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SK 등 5대 기업이 갖고 있는 현금은 33%에 달하는 14조5,000억원이었다.
2분기 제조업체들의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4.4%나 늘었다. 매출액 경상이익률도 12.1%에 달해 전분기(13.4%)보다는 소폭 악화했지만, 작년 같은 기간(7.6%)보다는 월등히 좋았다. 매출액 경상이익률 12.1%란 1,000원짜리 물건을 팔아 121원의 수익을 남긴다는 의미다.
이처럼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수익성 역시 좋은 편인데도, 기업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남는 돈을 그저 쌓아두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2분기 투자증가율(유형자산증가율)은 전분기에 이어 1.3%에 그쳤다.
재무구조는 더 좋아졌지만, 이는 돈벌어 투자 대신 빚부터 갚은 결과다. 전분기에 비해 ▲부채비율은 97.8→93.9% ▲차입금의존도는 24→23% ▲이자보상배율은 877.8→934.6%로 각각 개선됐다. 특히 5대기업의 부채비율은 69.4%에서 63.6%로 하락, 일반 기업보다 재무구조 개선속도가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전자 자동차쪽과 통신기기쪽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반도체 자동차는 수출호조로 실적이 좋아진 반면, 통신기기 제조업체는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분기 전체 신규 자본잠식업체(14개) 가운데 절반인 7개가 통신기기 제조업체쪽에 몰렸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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