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곡가 조지 거슈윈의 음악과 화려한 탭댄스로 무장한,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뮤지컬이 찾아왔다.조지 거슈윈과 그의 형 아이라가 만든 1930년대 뮤지컬쇼 ‘걸 크레이지’를 바탕으로 1992년 브로드웨이에서 새롭게 탄생한 ‘크레이지 포 유(Crazy for you)’다.
‘아이 갓 리듬(I got rhythm)’ ‘섬원 투 워치 오버 미(Someone to watch over me)’같은 음악만으로도 일단 구색을 갖춘 데다 줄, 곡괭이, 냄비뚜껑, 함석지붕, 은쟁반 같은 도구를 활용한 수잔 스트로만 안무의 탭댄스, 브로드웨이의 맛을 살린 커비 워드의 연출도 화려함을 더한다.
시대 배경은 30년대 미국 경제공황기,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금융인 바비(남경주)와 극장주의 딸 폴리(배해선)의 이야기다. 척박한 서부 탄광촌 극장주의 딸인 폴리가 극장을 일으켜 세우는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하는 내용이 우울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다만 30년대 미국적 상황이 몇 번이라도 보았을 흔한 소재라 감정이입하기에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두시간 넘게 탭댄스와 노래로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남경주, ‘맘마미아’등으로 올해 기대주로 떠오른 배해선 등 출연진은 탄탄하지만 허전함이 남는다. 1막 중간에 콘트라베이스의 재즈 선율에 맞춰 무대에서 무희가 악기몸통이 되고 길게 붙잡은 줄이 현이 되는 안무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 하지만 그 후로 스토리 구조상 힘이 달리는 게 아쉽다. 바비와 쇼제작자 쟁글러가 마주보고 마임을 펼치는, 이 작품에서 가장 코믹했어야 할 2막 장면에서 배우의 호흡이 맞지 않은 것도 치명적이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원작 자체의 장점은 충분히 즐길 만하다. 그러나 “기술적 측면보다 배우의 테크닉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은 작품”이라는 남경주의 말처럼 배우들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10월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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