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가보안법의 ‘정부 참칭’ 조항을 없애고, 법 명칭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개정이냐, 폐지냐의 정치적 감정적 명분 싸움이 실질적 진전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야는 이 계기를 잃지 말고 노무현 대통령의 폐지론이 불러온 국가적 혼란을 슬기롭게 정리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정부 참칭 조항이 폐지될 경우 북한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등에 대한 구체적 법리 논의는 더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그럼에도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이라는 명칭 자체에 연연하지 않고, 또 열린우리당이 안보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체제보호 규정들을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는 이상 양측이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당 내에는 아직도 강경 원칙론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보안법 논쟁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민의 다수 여론이다.인권탄압에 악용된 조항들을 없애는 한편 북한을 상대로 국가 안보에 허점이 생겨도 안 된다는 게 국민적 합의라고 한다면 정치권이 이 문제의 해답을 찾는 길은 별로 어렵지 않다고 본다. 여당이 폐지를 위한 폐지를 주장해서는 안 될 것이며, 야당의 개정론이 폐쇄적 냉전논리에 맴돌고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와 인권이 모두 보호될 수 있도록 폐지할 내용과 존속시킬 내용을 가려내는 문제가 아니겠는가.
여야는 보안법 논쟁에 정치적 승패를 거는 소모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 그러기에는 사안이 엄중하고 그 폐해가 전국민적 파장을 부르고 있다. 이제부터는 문제 조항들을 각론화하는 합리적 단계로 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서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법 개폐논의를 마무리 지어 주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임을 알기 바란다. 아무리 명분과 허울을 내세워도 그렇게만 따라가지 않을 만큼 유권자의 정치의식이 성숙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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