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주거문화’라는 단어를 듣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집이 살아가는 공간이라기보다 투자 대상이 된 거죠. 그러나 집은 분명 우리가 삶을 영위해야 하는 소중한 장소이자 안식처입니다. 경제 논리로만 바라볼 수는 없어요.”10월 7~28일 서울 압구정동 대림 주택문화관에서 ‘삶과 주거가 하나되는 이야기’라는 주제의 강좌를 여는 한국여성건축가협회 박연심(54ㆍ장원건축사사무소 소장) 회장은 “가장 문화적이어야 할 집조차 돈의 논리에 밀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문화예술진흥원 후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강좌는 주부를 대상으로 실생활에 유익한 주거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 주거단지 견학 참가비 1만원을 제외하면 모든 강좌는 무료다.
“최근 주상복합 건물이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고, 그 결과 삶의 형태가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흔히 얘기하는 ‘집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에 대해서도 박 회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린 시절 그녀가 살던 집의 창틀이 넓어 걸쳐 앉을 수 있는 구조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햇살을 받으며 창 밖을 내다보던 버릇은 아직도 그녀의 몸 깊이 자연스럽게 배어있으며 그런 시간들이 오늘의 ‘박연심’을 만들었다고 그녀는 믿는다.
“가장 정직한 모습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집이야말로 사는 이의 모습을 크게 변화시킵니다. 도시에 있던 주택이 모두 헐리고 ‘주택가’라는 단어마저 사라져가는 것도 안타까워요. 용적률을 극대화한, 비슷비슷한 모양의 아파트 안에 살면서 사람들도 비슷한 모양새와 생각을 갖게 될까 해서요. 예전부터 집을 가꾸고 짓는 일을 주도했던 여성들부터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꿀 수 있는 주거문화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강좌 문의 http://www.kifaonline.com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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