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은 죄로 언제나 예술과 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사람들, 바로 직업 연주자들이다. 연주자도 사람인 이상 인간으로서 겪는 고통과 갈등이 당연히 있다. 그들 이야기의 첫 주인공은 오케스트라의 객원단원들이다.흔히 ‘엑스트라’로 불리는 이들은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연주회 때 오케스트라 단원만으로 부족하거나 일부 단원이 빠질 경우 빈 자리를 메워주는 일종의 ‘비정규직’인 셈이다. 이런 경우 연주회를 앞두고 단 몇 회 연습만으로 기존단원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실력이 필요하지만 경험을 쌓기 위해 여러 오케스트라를 전전하는 새내기 연주자들도 많다.
대학을 갓 졸업한 객원연주자는 아무래도 정단원들보다 연주경험이 적어서 지휘자의 꾸중을 듣기 일쑤다. 유명한 오케스트라일수록 기존 단원들의 텃세가 심하고 정단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존심을 구겨야 할 때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안정된 수입을 위해 지속적인 객원단원으로 활동하려면 많은 일을 참고 견뎌야 한다.
그 중엔 실력 있고 경험 많은 몇몇 베테랑 용병들도 있다. 객원생활만 10년 이상인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은 기존단원들을 압도하는 연주로 성공적인 공연에 이바지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기는 그만큼 힘들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새내기 연주자가 훌륭한 용병이 되려면 다음을 지켜야 한다.
첫째, 주는 자리 아무 데나 앉아라. 일반적으로 맨 뒷자리에 앉아서 연주하게 될 때가 많은데, 자존심 때문에 불만을 드러냈다가는 다음 연주 때 불러 주지 않을 수 있다.
둘째, 공연 후 회식에 꼭 참석한다. 단원들과 인간관계를 돈독히 해야 다음 연주에 불러줄 것이다.
셋째, 일찍 일어나라. 오케스트라의 출근시간은 오전 10시다. 늦게 자는 예술가적 습관으로 아침에 출근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넷째, 연주할 때 몸을 많이 움직여라. 그래야 실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쉽다. 다음 연주 때 이런 사람을 가장 먼저 불러줄 확률이 높다.
다섯째, 검은 양복을 즐겨 입고 넥타이는 항상 종류별로 갖고 다녀라. 언제든지 연주회에 불려갈 준비를 해놓는 사람은 프로가 될 자격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객원생활을 청산하고 오디션을 통과해 오케스트라의 정단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용병으로서 경력을 쌓고 ‘최고의 객원단원’으로 훨씬 높은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성공의 길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조윤범/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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