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방문을 통해 거둔 성과는 적지 않았다.특히 자원·에너지분야에서의 소득이 컸는데 정부 당국자와 기업인들은 사전 협의를 토대로 카자흐스탄의 유전 및 우라늄 개발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정서와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했다. 카자흐스탄은 1인당 국민소득이 1,970 달러에 불과하지만 우라늄 매장량 세계 2위, 원유 매장량 세계 7위를 기록할 정도의 자원 부국이다.
기름 한 방울이 아쉬운 한국으로선 이번에 6억∼8억 배럴에 이르는 유전 개발에 참여하기로 합의한 데 적지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우선 한국컨소시엄과 카자흐스탄 국영석유공사(KMG)는 카스피해 해상 석유 탐사 광구(한국측 추정지분 매장량 4.5억∼6.5억 배럴) 선정을 위한 의정서를 체결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카자흐스탄 남서부 유전지대의 텡게 육상석유개발광구(한국측 추정지분 매장량 2억 배럴의 석유 등)에 대한 KMG 지분 매입 우선 협상권을 부여 받는 MOU를 KMG와 체결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해외에서 개발한 실적인 6.6억 배럴을 능가하는 해외 유전을 추가 개발함으로써 에너지 자주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광업진흥공사는 카자흐스탄 브데노보스코 우라늄 공동개발 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카자흐스탄 국영 우라늄공사와 체결했다. 이 사업에서는 30년 동안 연간 1,000톤 씩의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과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과 협정 서명식, 기자회견을 가진 뒤 오찬을 함께 했다. 노 대통령은 오찬 모임에서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중심국가로, 한국은 동북아 평화·번영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동반자"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19일 저녁 예정에 없이 노 대통령을 새 수도의 상징인 바이테렉 전망대로 초청해 환담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신도시 전경을 설명한 뒤 노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 인사를 하면서 은으로 만든 마차를 선물했다. 노 대통령은 19일 저녁 현지의 고려인 및 교민 대표 80여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남북) 통일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20일 가정식 고아원인 '아스타나 SOS 어린이 마을'을 방문, 고아원 건립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시설을 둘러봤다.
아스타나(카자흐스탄)=김광덕기자
kdkim@hk.co.kr
■수도이전 노하우 배우기?
"카자흐스탄도 신수도 건설을 계속하고 있다는 데 수도 이전에 관한 양국 간의 전략과 경험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카자흐스탄의 주요 일간지인 '카자흐스탄스카야 프라우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설명하면서 카자흐스탄의 수도 이전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카자흐스탄은 1997년 수도를 동남부의 대도시 알마티에서 중북부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인구가 20여만명에 불과했던 소도시 '아크몰라'는 최근 인구가 50만명에 달하는 데다 이름도 수도를 뜻하는 아스타나로 바뀌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2007년까지 수도 윤곽을 갖추기 위해 올해 말까지 신행정센터를 완공할 방침이다. 때문에 요즘 아스타나 곳곳에서는 대형 빌딩 공사가 한창이다.
수도 이전의 이유로는 우선 알마티가 동남부 국경지역에 치우쳐 있어 국토 균형 개발에 부적합하다는 점과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꼽혔다. 북부의 러시아 접경 지역에 있는 러시아계 주민들의 자치 주장에 제동을 걸기 위한 측면도 있다.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 교수는 "아스타나는 행정수도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지만 알마티는 인구 130만명을 유지하면서 여전히 경제·문화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수도 이전으로 건설 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도 이전 성공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스타나의 경험을 참고할 것이지만 우리의 행정 수도 이전 배경과는 크게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스타나(카자흐스탄)=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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