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 한직으로 인식되던 고등검찰청(고검)이 요즘 확 달라졌다.형사부검사는 항고사건만 검토하면 되고, 송무 담당 검사는 정부 부처 소송 담당자가 올려보낸 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그만이라는 건 이젠 옛 이야기다.
19일 서울고검에 따르면 올 1~8월 고검에서 항고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이른바 ‘직접경정’이 89건으로 지난해 14건에 비해 6배 이상 늘어났다. 직접경정은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지검에서 불기소처분을 받고 고검에 항고했을 때 고검검사가 불기소처분이 잘못됐다며 정정하는 것이다.
항고 사건 가운데 수사미진, 법리오해를 이유로 재수사를 지시하는 ‘재기수사명령’도 크게 늘어났다. 올 5~8월 서울고검의 재기수사율은 21.9%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보다 5.9%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5월 도입된 항고심사회제도가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대한 보완장치인 항고심사회는 주임검사가 항고사건을 기각하려면 민간인이 참여하는 항고심사회 심의를 거쳐 처분의 객관성을 확보하도록 한 조치. 노명선 검사는 “항고기각시 항고심사회를 의식해서 종전보다 기록을 꼼꼼하게 검토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송무업무도 강화되고 있다. 한해 소송가액이 3조원 안팎인 국가소송의 승소율은 50% 정도. 서울고검은 낮은 승소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소송 지휘가 필요하다고 판단, 올들어 고검 검사가 전과 달리 법정에 직접 나가 소송을 진행토록 하고 있다.
서울고검은 나아가 송무전문인력을 확충하고, 해당 부처 소송 담당자와의 업무연락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균석 송무부 검사는 “‘형법 전공’인 검사가 세법, 민사법, 행정법 등 국가소송의 다양한 분야를 다루기에 역부족인 점이 없지 않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검의 변화에는 달라진 검찰인사가 큰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서울고검의 한 검사는 “검사들이 꼭 한번 고검을 거치도록 인사원칙이 바뀌면서 유능한 검사들이 적지 않게 포진, 분위기가 활기를 더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화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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