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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타인의 상실을 채워주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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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타인의 상실을 채워주는 기쁨

입력
200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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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가 다니는 시립 도서관에 한 여성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글이 엘리베이터와 각 층 벽을 비롯해 사람들 눈에 띌 만한 곳이면 한 군데도 빠짐 없이 붙어 있었다. 잃어버린 반지를 찾는 애틋한 글이었다. 잃어버린 장소가 여성 화장실이라는 것으로 보아 세면을 하면서 반지를 벗어놓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 같다.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에서는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특히 도서관 같은 곳에서는 주의를 기울여도 소형 물품을 잃어버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런 글을 여러 번 보았다. 반지뿐만 아니라 가방, 라디오, 카세트 등 작지만 귀한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한 뒤 꼭 좀 찾아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리를 비우고 나갈 때는 중요한 물건은 늘 주머니 가방에 넣고 가지고 다닌다. 나도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도서관에 가 보니 잃어버린 반지를 찾아달라는 글이 적혀 있던 곳에 이런 글이 붙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반지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가 봐도 시원시원하리만큼 큼지막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지금까지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이 찾는다는 글은 많이 보았지만 찾아준 사람에게 고마워하는 글귀는 처음 보았다. 은혜라는 말이 있다. 베풀 때 상대방이 그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그 또한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작은 것 하나에서 오는 감동이 너무나도 큰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인상 깊었는지 모른다. 반지. 늘 손가락에 끼고 평소엔 그 존재를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없어졌을 때 그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그리고 그렇게 아픈 만큼 반지를 다시 돌려받았을 땐 또 얼마나 기뻤을까. 그런데 더 큰 기쁨이 있다면, 반지를 갖고 있던 분이 그 반지를 돌려주면서 기뻐하는 얼굴을 보았을 때의 흐뭇함이 아닐까.

문득 남이 가진 것을 내가 소유하게 되었을 때 얻는 기쁨이 남이 잃어버린 것을 내가 채워 주었을 때 얻는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jee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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