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하행선, 통신은 상행선.’잘 나가는 인터넷 기업들이 지방이전을 꿈꾸고 있는 반면 IT 산업의 핵(核)이라는 통신 업체들은 속속 서울로 입성하고 있다. 시대를 앞서가는 첨단 기업들도 업종에 따라 생각이 정 반대인 셈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제주도 행을 결정한데 이어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www.naver.com)를 운영하는 NHN도 본사의 지방 이전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당초 경기도 성남에 대지 2,000여평에 건물을 짓고 이전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하자 대체지를 모색키로 한 것. 춘천시에 있는 2만2,000평의 부지를 절반 값(40억원)에 제공받는 조건으로 100여명이 상주하는 기술 연구소 겸 연수원을 지을 예정이다.
NHN 관계자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마찬가지로 비싼 임대료와 교통난이 생산성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판단, 본사 이전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처럼 멀리 옮겨가는 모험은 아니더라도 경제 중심지인 서울과의 접근성을 유지하면서 쾌적한 근무환경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자녀가 없는 20~30대 젊은 직원들이 ‘탈(脫)서울’에 긍정적이다.
반면 대형 통신업체들은 서울로 회귀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의 경우 2003년 2월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에서 경기 일산 신도시에 신축한 사옥으로 옮겼다가 5월 서울 시청 맞은편의 태평로 신동아 빌딩으로 돌아왔다.
“일산 사옥은 임대료 부담이 없어 좋았지만 직원들의 출퇴근이 불편한데다 정부와의 정책 협조가 긴밀한 통신사업자의 속성상 (정보통신부가 위치한) 광화문 근처가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컴퓨터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도 1월 비슷한 이유로 수서에서 여의도로 자리를 옮겼다.
분당의 ‘터줏대감’ KT도 서울 재진입을 엿보고 있다. KT 매출에서 서울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만큼, ‘고객 곁으로 가겠다’는 논리다. KT는 한때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스타타워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가 세수(稅收) 감소를 우려한 성남시의 반대에 부딪혔다. 또 스타타워 소유주인 론스타와의 가격 협상도 잘 되지 않아 이전 계획이 무산됐다.
KT는 그러나 분당 사옥의 공간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신규 사업을 중심으로 일부 부서를 여의도 신사옥으로 옮길 계획이다. 서울 시내의 빌딩을 추가로 확보하는 안도 여전히 검토 중이다. 외부 대화창구를 운영하고 있는 KT 대외협력팀은 이미 7월 정통부 청사가 있는 광화문 사옥으로 옮겨왔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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