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군 복무 태만 의혹을 제기하는 문건을 폭로했던 CBS 방송이 역풍을 맞고 있다.워싱턴포스트 등 다른 언론들이 문건의 위조 의혹을 제기하면서 당초 기대했던 부시의 병역 의혹 대신 보도 과정의 하자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건 폭로를 주도했던 CBS의 간판 앵커 댄 래더(73)는 50년 언론인 경력에 가장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고 미국의 언론들은 전했다.
래더는 8일 자신이 진행하는 심층 보도 프로그램 ‘60분’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주 공군 방위군에서 중위로 복무하던 시절 전투기 조종사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근무 평점에서도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을 폭로했다. 래더는 이 문건의 작성자가 부시 중위가 속한 부대의 지휘관이던 고(故) 젤리 킬리언 중령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등 일부 신문과 경쟁 방송사들은 문제 문건이 베트남전 당시 사용됐던 타이프라이터가 아니라 워드프로세서나 컴퓨터로 작성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는 감정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문서의 위조 가능성을 줄기차게 제기해왔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 CBS가 고용한 문서 감정가 린다 제임스의 말을 인용,“CBS는 이 메모의 신빙성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경고를 받고도 보도를 강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CBS의 앤드루 헤이워드 회장과 래더는 문건이 진본이라는 입장을 되풀이 강조해왔다. 그러나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헤이워드 회장은 15일 성명을 발표, “문건은 정확하지만 대중이 의문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래더도 이날 헤이워드 회장과 비슷한 견해를 밝혔지만 보도 내용의 진실성은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래더는 “두터운 당파적 안개 그룹이 문건의 전달자와 방법, 기술 문제를 제기하면서 보도의 핵심적인 진실을 흐리려고 한다”며 “이 문제는 나에 대한 것이 아니며 부시 대통령이 메모가 제기하는 문제에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리언 중령의 비서였던 매리언 녹스(86) 할머니는 “그 문서들은 내가 타이핑한 게 아니지만 내용은 중령이 내게 한 말을 반영하고 있다”며 “부시는 다른 사람들이 지키는 규칙을 자신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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