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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IT계의 선구자 이용태 <5>신임 서울시장의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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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IT계의 선구자 이용태 <5>신임 서울시장의 반대

입력
200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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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개각은 내겐 날벼락 같았다. 1978년 12월 23일 구자춘 서울시장이 내무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정상천 시장이 부임했다. 정 시장은 취임 일성으로 “교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서울시장의 최대 숙제 중 하나는 교통난이었다.시 행정에 관해 이런 저런 브리핑을 받은 정 시장은 교통신호 전산화 사업에 대해서도 당연히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교통자문 위원들이 “이용태라는 사람이 전산화를 떠들고 다니는 데 성공 가능성이 낮아 자칫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무원들도 다들 자신이 없다며 꼬리를 내리자 정 시장은 프로젝트를 중단시켜 버렸다. 하루 아침에 시스템 국산화는 물거품 위기에 몰렸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다 보니 김명년 부시장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그는 정 시장과 담판을 짓기로 했다. 그런데 정 시장은 전산화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도로의 각 블록 사이가 들쭉날쭉한 데 컴퓨터라고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느냐”며 이용태 박사의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여러 사람이 안 되는 방향으로 ‘세뇌’를 한 게 분명했다.

정상천 서울시장의 최종 결재를 받아낸 1979년 6월 내(오른쪽)과 한국전자기술연구소 연구원들에게 교통신호 전산화 프로젝트에 관한 보고서를 나눠주고 있다. 김 부시장의 설득이 이어졌다. “ 똑 같으면 뭐 하러 컴퓨터 조정 장치를 씁니까. 구간마다 거리가 다 다르니까 컴퓨터 칩이 들어가 조정하는 거지요.” 정 시장은 컴퓨터에 관해 잘 모르는 상태인 지라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김 부시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6개월에 걸쳐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이듬해 6월 정 시장의 허락을 받아냈다.

어찌 됐든 사업은 다시 본궤도에 올랐다. 그런데 일을 하자면 협력업체가 필요했다. 시스템 개발은 전자기술연구소가 맡는다 해도 실제 기계를 만들고 길거리에 설치하는 작업은 민간기업이 할 일이었다. 서울시는 철도 신호를 도맡아 제작해온 동양정밀을 택했다. 이 회사는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당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자회사 중 하나였다.

곡절도 많았다. 서울시는 한 프로젝트를 두 개의 업체가 나누어 계약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이미 외국에서는 컨소시엄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된 지 오래건만 시 공무원들에겐 생소했던 모양이다. 그러자 김 부시장이 71년 지하철 공사를 시행하면서 여러 업체와 다중 계약을 맺은 실례를 들어 무지를 깨우쳐 주었다.돈도 문제였다. 전산화 사업은 77년도 예산에 고작 10억원이 배정됐는데 실제 작업은 79년 후반기부터 진행됐다. 원래 턱없이 부족한데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엄청 쪼그라든 액수다. 게다가 이를 이윤 추구가 목적인 민간기업과 쪼개 쓰자니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막상 일이 시작되자 서울시 운수국과 시경 교통과가 서로 자기가 맡아야 한다고 옥신각신하는 바람에 두 부서를 오가며 사업 내용을 설명하느라 진이 빠질 정도였다. 두 부서의 싸움은 2개월을 끌었고 결국 시경의 승리로 결말이 났다.

국내에서 이럭저럭 사업을 위한 정지작업이 마무리됐다고 판단한 나는 박병소 박사에게 반드시 마이크로프로세스를 사용하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프로세스는 쉽게 말해 손톱만한 크기의 반도체 칩에 컴퓨터의 기본 기능을 다 집어넣은 것이다. 당시엔 전세계적으로 이를 응용한 예가 드물었다. 그리고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세계적 수준의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먼저 ‘적’을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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