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놓고 여야의 대치가 심화하고 있지만, 정작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생각하는 국보법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박 대표의 공식 입장은 당론이기도 한 "폐지 반대·개정"이다. 하지만 개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사실상 언급을 한 적이 없다.13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의 논쟁은 이런 의미에서 논란거리다. 박 대표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당론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마치 당론인 것처럼 국보법 개정안이 보도됐다"고 질책했다. 그 개정안은 장윤석 의원 등이 마련한 것으로, 2조의 반국가단체(참칭)조항을 그대로 두고 7조 찬양·고무 및 10조 불고지 조항도 약간만 손대는 '보수적' 내용이다. 이 때문에 '개정이 소폭에 그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속내가 드러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어 원희룡 최고위원이 "당이 국보법을 '찔끔' 개정하려고 하는데 이래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며 전향적 모습을 보여줄 것을 주문하자 박 대표는 급히 말을 잘랐다. "당론이 확정되지않은 상황에서 개인의사를 말하면 국민이 헷갈린다"는 것이었다. 이후 뒷부분이 강조되면서 박 대표가 개정폭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는 분석을 낳았다. 한걸음 나아가 박 대표가 보수파를 의식, 우향우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진영 비서실장은 "박 대표의 언급은 회의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였지 원 의원의 얘기가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른 측근들도 "박 대표가 생각하는 국보법 개정 수위는 전향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적어도 현재 마련된 개정안 초안보다는 훨씬 수위가 높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앞서 9일 기자회견에서 대체입법, 명칭변경 등에 대해서도"당내 중지를 모아야 할 사항"이라며 여지를 둔 바 있다.
반면 개정안을 마련 중인 장윤석 의원은 "법리적으로 현재까지 나온 초안 이상의 개정은 불가능하다"며 "박 대표의 생각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말이 다르고 박 대표의 속내가 헷갈리는 상황이다.
한 당직자는 "국보법과 관련한 전선을 명확하게 긋기 위해서라도 박 대표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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