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에서 배로 10분이면 닿는 옹진군 북도면 신도. 영상단지로 본격 개발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땅을 찾는 외지인 차량이 줄을 잇고 있다. H부동산을 운영하는 차경수(42)씨는 "신도는 물론, 함께 연륙교로 연결된 시도와 모도도 매일 땅값이 바뀐다"며 "더구나 모 TV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져 관광객까지 늘어나면서 웃돈을 줄 테니 매물을 구해 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평당 5만∼6만원에 불과하던 땅값이 요즘엔 20만∼30만원으로 뛰었고 전망 좋은 해안가나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는 곳은 50만∼60만원을 호가한다. 섬 여행사 대표 현숭덕(35)씨는 "손바닥만한 섬에 부동산중개업소가 8개나 새로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섬이 투기의 먹잇거리가 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경기 부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골프장과 복합리조트, 영상단지 등 장밋빛 해양관광벨트 개발계획을 잇따라 내놓는데다 주5일 근무 확산으로 레저시설수요까지 증가하면서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 조용하던 섬에 땅 투기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안가 섬마다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부와 전남도가 서남해권 일대 3,000만평에 해양복합레저타운을 건설한다는 'J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해남반도와 화원반도 인근 섬들도 투기의 대상이 돼 땅값이 2배로 뛰었다.
읍면당 하루 50여건에 불과하던 토지대장이나 지적도, 토지이용계획 확인원 등의 발급 건수가 올 들어 350∼450건으로 급증했고 논밭은 물론 빈 집과 야산 잡종지의 땅값까지 폭등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를 빠져 나온 부동산 큰손들이 이젠 섬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천 옹진군의 경우 올 상반기 전체 토지거래 면적의 56.3%를 외지인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땅값이 올라도 이익을 보는 것은 큰손 투기꾼뿐이다.
특히 행정수도 투기자본은 충청권 서해안 섬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보령과 대천항 일대에는 최근 아산과 평택 등에서 부동산 중개소들이 하나 둘 옮겨 오고 섬으로 연결되는 항구 부근에는 섬 투자를 알선하는 입간판과 플래카드가 늘어서 있다.
이들은 평당 5만원 선이던 원산도와 삽시도 땅값을 2배 이상 올려놓았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섬 관광종합개발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면서 대천항에서 여객선으로 3시간 이상 걸리는 외연도까지 투자 문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옹진=김호섭기자 dream@hk.co.kr
해남=박경우기자 gw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