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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이즈코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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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이즈코메디'

입력
2004.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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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를 볼 때 외설영화와 예술영화를 구분하는 방법은? 정답은 리모컨 단추 빨리 감기를 자주 누르면 외설이고, 정상적으로 보면 예술이다. 누군가가 우스개로 한 말이지만 외설과 예술의 거리는 리모컨 단추들 사이의 간격보다 더 가까울 수도 있다 그리고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멀 수도 있다.‘섹스이즈코메디’는 이 민감한 두 단어 사이의 간격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으며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영화다. 감독은 ‘로망스’ ‘팻걸’ 등에서 파격적인 성애묘사로 화제를 모은 프랑스의 카트린 브레이야.

그녀는 열 일곱 살에 집필한 첫 소설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18세 미만에게는 판매가 금지되는 등 ‘심의’라는 단어와 상당히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주인공이다. 이번에는 외설과 예술을 가르는 세상의 눈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촬영 현장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추운 겨울 바닷가에서 뜨거운 여름 해변에서의 정열적인 키스를 연출하는 장면부터 보자.촬영을 강행하는 여자 감독 잔느(안느 파릴로)와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제대로 연기를 하지 못하는 남자 배우(그레그와르 콜렝)는 욕정은커녕 차가운 직업의식이 지배하는 촬영현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은유는 스튜디오에서의 베드 신 장면도 관객의 말초신경을 건드리지 못할 것임을 예고한다. 잔느는 해변서 키스 장면을 찍다가 심사가 뒤틀린 남자 배우와 여자 배우를 오가며 원활한 베드 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나 끝없이 일어나는 사소한 갈등들이 분위기를 깨뜨린다. 남자 배우가 실제보다 더 진짜 같은 거대한 모형 성기를 부착한 채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는 순간 베드 신에 대한 기대감은 여지 없이 무너진다. 감독은 가짜 성기와 진짜 성기의 구분이 모호한 만큼 외설과 예술의 경계선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배우들의 벌거벗은 육체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몸 덩어리 일뿐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브레이야는 ‘심의는 코미디’라고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17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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