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볼까, 이범수를 볼까. 아니면, 또 한번 배꼽 빠지도록 웃겨준다는 차승원을 믿어볼까? 남자 배우 대격돌. 이번 추석 극장가는 대표급 남자 배우를 주인공로 내세운 3편의 한국영화가 흥행 경쟁을 펼친다. ‘꽃피는 봄이 오면’의 최민식, ‘슈퍼스타 감사용’의 이범수, ‘귀신이 산다’의 차승원. “세 영화 중 어떤 것이 가장 재미 있을까요?”는 벌써 인터넷을 들끓게 하는 영화팬들의 고민이다. ‘슈퍼스타 감사용’과 ‘귀신이 산다’는 17일, ‘꽃피는 봄이 오면’은 23일 개봉한다.
● '꽃피는 봄이 오면'- 최민식
오디션에서는 늘 떨어지고, 별 볼일 없는 인생에 대한 자책으로 애인까지 떠나보낸 트럼펫 연주자 현우(최민식)가 탄광촌의 한 중학교에 관악부 지도교사로 부임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홀랜드 오퍼스’처럼 음악으로 말썽쟁이 학생을 치유하는 영화라 생각하겠지만 ‘꽃피는 봄이 오면’(이하‘꽃봄’)은 좀 다르다. 현우는 학생들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간다.
‘꽃봄’에서 최민식의 포인트는 사람냄새다. 칸영화제 수상작 ‘취화선’과 ‘올드보이’로 톱 배우로 우뚝 섰음에도 그에게서는 아직, 일류보다는 평범한 삼류 인생의 냄새가 난다. 화장실 문 활짝 열어 놓고 TV 보며 볼일 보는, 애인에게 24개월 할부로 사준 목걸이 값을 헤어진 후에도 내고 있는, 탄광촌 구질구질한 자취방에 손목께가 뜯어진 남방을 입고, 누런 양은 냄비에 라면을 끓여 입에 꾸역꾸역 넣으며 허기를 달래는, 이제 보기도 힘든 고물 프라이드 베타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그저 그런 인생. 그 현우역에 최민식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도 없을 듯 하다.
● '귀신이 산다'- 차승원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는 것은, 정말 간절하게 빈다는 뜻이다.
‘귀신이 산다’에서 차승원은 정말로 손이 발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웃긴다. (영화에는 정말로 차승원의 손이 발이 되는 장면이 나온다)
집에 귀신이 산다는 사실을 알고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로 파출소를 향해 달리고, 귀신을 쫓겠다며 무당 신부 목사까지 총동원하고, 입에서 뱀이 나오고 목 잘린 닭이 튀어다니고, 시도 때도 없이 칼자루가 날아다니는 아수라장에 경기를 일으키면서도, “너는 꼭 집 사라”라는 아버지의 유언 때문에 집을 떠나지 못하는 필기(차승원). 그의 원 없이 망가지는 모습은 두말할 필요 없이 이 영화의 포인트다.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귀신 장서희의 눈물바람에 살짝 멜로로 빠졌다가 철거민, 주택문제 같은 사회 문제가 덧칠되는 산만함이 김상진표 코미디의 신뢰도를 약간 떨어뜨리지만 전반부 빛을 발하는 차승원의 코믹함만은 역시, 인정할 만하다.
● '슈퍼스타 감사용'- 이범수
‘슈퍼스타 감사용’의 이범수는 늘 패전처리만 하면서도, 언젠가 살다 보면 역전 홈런 한방쯤 있으리라 믿는 평범한 우리들과 닮아 있다. 만년 덕아웃만 지키다 “그러면 저는 왜 뽑으신 거죠?”라고 감독에게 한 번 대들어 보는 것도, 가장 솔직해야 할 엄마한테 “오늘 내가 몸 풀고 있는데 박철순이가 자꾸같이 연습하자는 거야”라고 괜한 허풍을 늘어 놓는 것도, 온 힘을 다해 던졌지만 결국 지고 난 후 “정말 이기고 싶었다”고 울먹이는 모습도 모두 다 우리 인생의 어느 한 장면과 겹쳐질 것이다. 그리고 연기자 이범수의 최고 미덕이라 할 수 있는 ‘평범함’은 그 공감대의 골을 더욱 깊어지게 한다.
그저 그런 인생을 타고난 탓에 늘 “이제 정규방송 때문에 중계방송 마칩니다” 하는 식으로 사람들 관심 밖에 있는 삶. 하지만 기다리면 기회는 온다는 범인들의 판타지를 채워주는 자그마하고 진득한 영화 속 이범수의 모습은 그래서 매우 사랑할 만하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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