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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215>나디아 불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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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215>나디아 불랑제

입력
2004.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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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7년 9월16일 프랑스의 음악교육가 나디아 불랑제가 파리에서 태어났다. 1979년 졸(卒). 불랑제 가문에는 음악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나디아의 할머니 쥘리에트 불랑제는 성악가였고, 아버지 에르네스트 불랑제는 파리음악원 교수였다. 나디아의 여섯 살 터울 동생 릴리 불랑제는 여성으로서는 처음 로마상 그랑프리를 받은 작곡가였다.

재능을 활짝 꽃피우기도 전에 24세로 요절한 동생 릴리와 달리, 나디아 불랑제는 92세까지 살았다. 이미 다섯 살 때 주변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들의 음계를 섬세히 구별했을 만큼 예민한 귀를 지녔던 그는 젊은 시절부터 작곡가로, 지휘자로 명성을 얻었다. 나디아 불랑제는 뉴욕·보스턴·필라델피아 등 메이저 교향악단을 지휘한 첫 여성 지휘자였다. 그러나 나디아 불랑제가 20세기 음악사에 가장 두드러지게 기여한 것은 교육자로서였다. 파리음악원 화성법 강사로 시작한 그의 교육자 생활은 파리음악사범학교, 퐁텐블로의 미국음악원과 미국의 몇몇 음악학교로 이어지며 60대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의 훈육 아래서 다니엘 바렌보임, 월터 피스턴, 아론 코플랜드, 로이 해리스, 버질 톰슨, 마크 블리츠스틴, 엘리엇 카터, 클리퍼드 커즌, 필립 글래스, 퀸시 존스, 로버트 베넷, 존 가드너, 디누 리파티, 더글러스 무어, 해럴드 샤페로, 스타니슬라브 스크로바체프스키, 헨리크 셰링, 데이비드 워드스틴먼 같은 작곡가·지휘자들이 배출되었다.

제자들 면면에서 보듯, 20세기 미국 음악에 이 여선생이 끼친 영향은 결정적이었다. 눈은 훈련되게 마련이지만 귀는 좀체 훈련되지 않는다는 것이 나디아 불랑제의 지론이었는데, 그렇다면 교육자로서의 그의 재능은 재능을 키우는 재능이라기보다 재능을 발견하는 재능이었는지도 모른다. 불랑제는 프랑스어로 '빵집 주인'이라는 뜻이다. 음악교육자에게 썩 어울리는 성은 아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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