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여야간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과 학계 관계자들간의 장외충돌도 거세지고 있다.15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시장개혁 로드맵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조성봉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출자총액제한 유지, 재벌계열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 등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99개 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막더라도 한 기업의 잘못된 행태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식의 규제”라고 비난했다.
조 연구위원은 “공정위의 시장개혁 목표가 투명성 제고라면, 투명하지 않은 기업을 규제해야 하는데 대기업에만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은 감당할 능력이 있는 대상 전체를 규제하는 소위 ‘맷집규제’ 라고 비판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한국이 규제실험국이냐”고 반문한 뒤 “출자규제, 의결권제한, 공정위 계좌추적, 재벌 친인척 지분공개 등을 모두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기업주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 기업을 기업으로 인식하는 않는 태도, 주변국과의 경쟁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개방경제에 대한 무지가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출자총액제한제와 관련 조동근 교수는 “가정이 불안하면 가장이 제대로 일할 수 없듯이, 경영권 안정이 안되면 투자가 안 된다”며 “잘되는 회사로의 순환출자를 통해 경영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인권 한경연 연구위원도 “오너의 지분 대비 의결권이 낮은 재벌에 대해 출총제를 졸업시켜 주겠다고 하고 있으나, 적은 지분의 오너가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업일수록 경영성과가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출총제 폐지를 주장했다.
반면 김종률 열린우리당 의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본질은 규제를 시장중심으로 전환하고, 필요한 규제만 남겨 놓자는 것”이라며 “아직 재벌의 행태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최정표 건국대 교수는 “재계가 출총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투자를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남의 돈으로 대주주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게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며 “재벌이 경영권을 대물림하는 상황에서 출총제 폐지가 과연 설득력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도 “출총제는 순자산의 25%가 넘는 출자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부분 재벌의 순자산 대비 출자수준은 10%내외로 여전히 출자여력이 많기 때문에, 기업활동에 크게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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