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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격랑 속의 한국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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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격랑 속의 한국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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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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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공식적으로 보자면 한국과 중국,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여전히 전자는 동반관계, 후자는 동맹관계로 우호ㆍ친선관계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공식적이고 표면적인 관계 설정의 이면에서 중국과 미국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정책이 근본적인 변화의 와중에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이처럼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대한 대응에 따라 국제정치 무대에서 한국의 국익 실현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점에서 변화하는 국제질서의 성격을 제대로 인식하고 우리의 대응 방안이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이미 많은 학자들이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 정치ㆍ경제 질서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2차 대전 이후 1990년대 초까지 지속된 냉전체제 하에서 우리는 강대국의 전략적 변화에 대한 대응을 크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미국과 소련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부응하는 충실한 동맹자로서 역할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냉전질서가 무너지고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가로 남게 된 90년대 초 이후 이처럼 ‘편안한’ 선택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중국은 고구려사 왜곡과 나아가 역사 찬탈을 통해 동북아 지역의 정치질서를 자신들의 안정과 이익을 위해 재편하려는 시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한국을 동맹국에서 제외시켰다. 실수라고 하지만 대통령 연설의 중요성, 특히 후보 수락 연설의 중요성에 비추어볼 때 실수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음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 정치체제의 특성상 대외정책은 상당한 일관성을 갖고 집행되기 때문에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수 있다.

냉전이 끝난 직후 미국의 주된 관심사는 우선 경제질서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었다. 중국 역시 천안문 사태 이후 국내정치 안정과 경제성장이 주된 목표였기 때문에 국제정치적으로는 큰 갈등을 야기할 여력이 없었다. 따라서 90년대는 경제가 국제정치의 주된 이슈였다면, 신자유주의적으로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한 미국으로서는 이제 정치질서의 재편이 핵심 과제로 남은 것이다. 상당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중국으로서도 이제는 강대국에 걸맞은 대접을 받기를 원하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자국 중심으로 동북아 정치질서 재편을원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부시 행정부의 한국 홀대 등은 단순히 자존심이 상하고 울분을 자극하는 문제를 넘어서서 우리가 헤쳐 나아가야 하는 국제정치 질서가 심각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욱 우울한 것은 변화의 방향이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중국은 이제 한국경제로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교역 대상 국가로 부상했다. 미국은 이미 2001년에 미국의 이익이 심각하게 훼손되었을 때는 동맹국의 동의 없이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바 있다. 중국한테는 경제적으로, 미국한테는 군사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보자면 한국의 경제구조를 변화시켜 선진국형 경제를 이루고 군사적으로도 자주국방을 실현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겠지만 당장에 이룰 수 있는 대안은 아니다.문제는 그 목표에 이르기도 전에 과거와 같이 또 다시 국제정치의 격랑 속에서 좌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불리한 선택을 강요할 때 대처할 수 있는 카드를 찾아내는 일이다. 만일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그런 카드를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정하용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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