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이 4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저항 세력들의 폭탄테러, 미군의 대응 폭격 등으로 인명피해가 급증하는 등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미군이 진압작전을 강화하면 할수록 이라크 무장세력의 저항은 거세지고 반미감정은 극점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1월의 총선은 어려울 것 같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 갈수록 미궁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이라크 사태는 판도라 상자다. 국제사회가 열려고 하면 할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 든다”고 말한 것처럼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14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유일신과 성전’의 차량폭탄 공격으로 47명이 숨지는 등 이날 하루에만 73명이 숨지고 수 백명이 부상당했다. 이는 최근 6개월간 단일 사건 희생자 중 가장 많은 것이다. 문제는 미군과 이라크 보안군의 적이‘유일신과 성전’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라크 북서부 팔루자 등을 거점으로 한 수니파 저항세력과 알 자르카위의 외국인 전사, 알 사드르의 시아파 민병대, 후세인 잔당 등 4개 무장 세력들이 연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군이 북부를 공습하면, 남부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이 이루어지는 등 사태는 파도처럼 끝없이 확대되고 있다.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14일 아랍국가 외무장관 회의에서 “이라크에 지옥의 문이 열렸다”며 통탄했다.
■ 미국의 딜레마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4일“이라크 저항 세력들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등 총선을 앞두고 어려운 시기지만 결국 통제에 놓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이라크 수도ㆍ전기 시설에 쓰일 35억 달러를 치안 비용으로 전환, 통제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한 겹만 벗겨보면 미국의 딜레마가 드러난다. 미군의 폭격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이라크인들 사이에서 반미감정은 높아만 가고 있다. 미국은 1월 총선을 계기로 발을 빼려 하지만 저항세력이 온존하는 한 총선조차 제대로 이뤄질 지 의문이다. ‘무슬림 학자 연합’의 대표인 하리스 알 달리는 “미군 철수 외에 해결책은 없다”고 단언했다.
■ 총선 연기설
사태가 악화하면서 총선 연기설이 피어 오르고 있다. 가지 알 야와르 이라크 대통령은 이날 “유엔이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하면 연기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야드 알라위 총리는 13일 팔루자 등 치안불안 지역을 제외한 ‘부분 선거추진’ 입장을 피력했다. 최근 런던의 왕립 국제문제 연구소는 “이라크 임시정부가 시아ㆍ수니파 저항세력과 쿠르드족 독립운동 세력을 끌어 안지 못하면 내전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내전이 일어나면 이란과 터키의 개입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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