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MBC의 ‘100분 토론’에 출연한 이영훈 교수의 정신대 관련 발언은 비난과 논란, 사과를 불러왔다. 이 교수는 위안소와 관련되었던 한국 민간인들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위안부 동원이 조선총독부의 강제에 의해 이루어졌다는점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과 정신대 문제를 미군들을 위한 위안소나 오늘날의 성매매 업소와 연결지어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자신의 발언이 왜곡 보도되었고 진의가 정확히 전달되지 못했다고 해명하였다.사회적 반향의 정도는 달랐지만, 같은 날 KBS에서 방영된 ‘TV 책을 말하다’에 출연한 임지현 교수의 발언도 논란거리가 되었다. 임 교수는 ‘민족’ 개념이 근대에야 등장했기 때문에 한민족이 고구려를 세웠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제하고, 고구려는 중국의 역사도 한국의 역사도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념적 도구 역할을 해온 국사를 해체하고 세계사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 역시 비판과 동조의 대상이 되었다.
8월 17일 방영된 KBS 드라마 ‘북경 내 사랑’의 대사 한 마디도 설전의 대상이 되었다. ‘속국’ 표현은 시청자들의 항의를 불러일으켰고, 결국 담당 PD와 작가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문제가 된 대사는 “한국은 예전에 우리(중국)의 속국이었고 지금은 2개로 분단된 나라에요. 그런 작은 나라가 지금 13억 인구를 가진 큰 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어요.그 힘을 알고 싶어요”였다.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는 동정도 있었지만, 단어 선택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컸다.
이 세 가지 사건은 TV의 역사적 재현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평생 역사를 공부한 학자들도 지나버린 과거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판에 TV가 역사적 사실(史實)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보여준들 시청자가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역사 문제에 특히 민감한 우리나라 시청자들 앞에서 과거를 이야기하는 일은 정녕 쉬운 일이 아닐 듯 싶다.
TV는 이성적 매체가 아니다. 생방송에 출연해서 말한 내용에 대해서조차‘진의가 왜곡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모든 것’을 보여주거나 말할 수는 없는 매체적 한계 때문이다. TV는 다 보여주지 못하고 시청자는 다 보지 않는 한계 속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역사의 재현과 이해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물론 이 한계가 종종 변명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역사를 다룰 때, 최대한 사실(史實)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TV의 본분이다. TV 속의 역사를 볼 때, 최대한 투명한 이성과 논리로 봐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시청자상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세 가지 사건과 이어지는 논란들을 보며 이같은 생각이 더 확고해진다.
윤태진/연세대 영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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