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당시 정부가 북한측에 납북자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고도의 정책적 판단에 해당하는 만큼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납북자에 대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8부(황한식 부장판사)는 14일 지난 1987년 납북된 동진호 어로장 최종석(당시 41세)씨의 장녀 우영(34)씨 등 납북자 가족 26명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납북자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등 국민 보호의무를 방기했다”며 국가와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납북자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평화통일 달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와 납북자에 대한 북한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감안,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하지 않고 보다 큰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면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통해 납북자 문제도 해결하기 위한 고려 끝에 나온 결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국가나 공무원의 의무에 비춰볼 때 어느 정도 위법성이 있다고도 보여지지만 남북정상회담 이후 적십자회담이나 장관급회담 등을 통해 납북자 송환을 촉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납북자 가족들은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에서 납북자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후 남한에 있던 비전향 장기수들은 북한으로 송환하자 “정작 납북자에 대한 송환 노력은 하지 않는다”며 2002년 1월 국가 등을 상대로 총 2억8,000여만원의 소송을 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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