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 정부안은 정경유착을 차단하겠다는 입법취지와, 사유재산권 침해 우려 모두를 감안한 절충안이다. 급진적 개혁일수록 저항과 부작용을 양산, 결국 원래의 목표달성조차 어렵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이번 정부안은 기본 골격은 유지하면서도 현실에 비교적 근접한 것으로 평가한다.이 제도의 핵심은 역시 직무 관련성 부분이다. 국회의원의 경우 관련 상임위소속이 아니면 직무와 무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다. 간접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는 있지만 우선 이 정도만으로도 국회의원, 공직자들의 이권 개입 행태를 상당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실적 고려가 지나쳐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몇 대목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대상 공직자 범위를 1급 이상으로 한정한 것은 이권 챙기기가 처신에 민감한 고위직보다 오히려 실무진에서 문제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이 점에선 한나라당이 내놓은 1급 이상 전원, 4급 이상은 직무관련자에 선별 적용하는 방안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백지신탁 불이행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처벌수위도 너무 낮다. 중형이 능사는 아니지만 최소한 위법 시 감당해야 하는 불이익이 기대이익보다도 적다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법의 성패는 결국 그 운용에 달려있다. 어떤 규제도 하고자 들면 얼마든지 피해갈 길이 있는 법이다. 제3자를 통한 주식의 보관신탁이나 내부로비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정부안은 시민사회 요구수준에서 볼 때 최저선을 수용한 것인 만큼 앞으로 입법과정에서 보다 치밀한 제어장치를 필요하되, 정치권도 취지를 더 이상 훼손하는 주장은 명분을 얻기 힘들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