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대의 사상 첫 채용박람회가 열린 서울대 문화관. 서울대생이라는 프리미엄도 있고 학점도 중상위권이어서 자신 있게 SK텔레콤 부스를 찾은 영문학과 4학년 박모(27)씨는 갑자기 맥이 탁 풀렸다. 채용 담당자가 "원서는 받지만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단대별로 합격자가 1∼2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생이라는 것도 취업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며 "토익 점수를 더 높이고 컴퓨터나 한자 관련 자격증도 따야겠다"고 말했다.서울대가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개최한 이날 채용박람회에는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SK텔레콤 대한항공 등 국내 굴지의 기업부터 중소기업 벤처기업 기업부설연구소까지 140여개 업체와 기관이 개별 부스를 열었지만 900여명의 타대생은 물론, 600여명의 서울대생에게도 높은 취업문만 확인하는 자리였다.
최고의 엘리트를 자부하는 서울대 법대생들에게도 취업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현대기아차 부스에서 원서를 쓰고 있던 공법학과 졸업생 김모(31)씨는 자신을 향한 채용 담당자들의 싸늘한 시선 때문에 하루종일 우울했다. 김씨는 "사법고시를 포기한 뒤 일반 회사에 취직하려고 채용박람회에 나왔는데 '나이는 왜 이렇게 많냐' '학점은 왜 이렇게 낮냐'는 핀잔성 질문만 잔뜩 받아야 했다"며 허탈한 표정으로 박람회장을 나갔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취업 희망자들은 중소기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날 채용박람회장의 은행 공기업 대기업 등 부스에는 취업 희망자들이 10여명씩 줄을 지어 순서를 기다렸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의 부스는 채용 담당자만 자리를 지켰다. 이공계만을 위해 체육관에 별도로 마련된 이공계 박람회장도 중소기업이 많아 일부 병역특례회사 부스를 제외하고는 한산했다. 이번 채용박람회는 14일까지 계속된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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