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흡연률은 세계 최고 그룹에 속하지만, 강력한 금연운동으로 흡연률이 크게 감소하고 있어 세계에서 크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금연대회인데도 불구하고, 뉴질랜드 러시아 영국 스웨덴 미국 등을 포함해 40개국이 참가신청을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정광모(鄭光謨ㆍ75) 아시아ㆍ태평양 금연협회(APACT) 회장 겸 아태 금연대회(15~18일 경주힐튼호텔) 대회장은 이번 대회를 한국 금연운동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는 “때마침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KT&G(옛 담배인삼공사)의 자료가 공개되고, 최근 헌재에서 ‘혐연권은 흡연권보다 상위가치’라는 판결까지 나와 사회 각계각층이 금연운동에 적극적이고, 법적으로도 미개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릴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우리나라의 금연운동은 확실히 일본보다는 앞선다”고 뿌듯해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보건기구가 지난해 제정한 담배규제를 위한 국제조약(FCTC)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고 비준 후 각국이 어떻게 담배관련 정책을 수립할 것인지 의견도 교환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는 규모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풍성하다.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 간접흡연, 청소년과 여성의 흡연, 흡연과 인권, 아시아지역의 담배정책 등 다양한 주제의 논문이 200편 이상 발표될 예정이다.
“대회 슬로건을 ‘금연구역의 확대’로 정했습니다. 금연구역 확대는 이미 전세계적인 추세이지요. 이를 더욱 더 확대해 나가기 위해 각국의 정책을 비교하고, 정보도 공유하려고 합니다.”
APACT는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10개국이 모여 1988년 결성됐다. “당시 미국산 담배의 수출 공세에 시달리고 있던 나라들이었지요.” 수입개방에 맞서 시작했던 금연운동은 이후 그가 35년째 이끌고 있는 한국소비자연맹의 가장 중요한 소비자운동이 됐다. “사람의 건강, 생명, 재산을 지키는 것이 소비자운동의 목표라면, 금연운동이야말로 이런 목표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활동”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설립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설립에도 주도적으로 나섰던 정 회장은 흡연자에게는 가장 무서운 기피대상이기도 하다. 그의 차 안에 늘 호루라기와 카메라가 준비돼있다. 앞에 달리던 차에서 운전자가 함부로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면 “담배 어디에 버립니까. 서울시가 재떨이입니까”라는 호통과 함께 호루라기 경고를 들어야 한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처럼 NGO 역할이 두드러지는 나라에서 소비자 운동하는 사람들이 금연운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면서 “우리나라 소비자 운동가 가운데 흡연자가 많기 때문인 듯 싶다”며 웃었다.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지만, 소비자연맹회장 외에도 경원대 재단이사장, 한국에이즈재단 이사장으로서 여전히 ‘현역’으로 왕성하게 일하고 있는 그는 밤9시에 취침, 새벽 2시면 잠을 깨 일과를 시작한다. 취미는 TV드라마 시청. 아침드라마까지 빼놓지 않고 본다. “드라마장면에 흡연이나 술마시는 장면이 얼마나 많나 모니터링 목적이었는데 오히려 드라마에 푹 빠져들었다”며 웃었다. 한국일보 기자로도 30년간 일했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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