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간 북 핵 문제는 미국식 표현으로 '백 버너(Back Burner)'에 올려진 인상이 짙었다. 조지 W 부시 미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골치 아픈 북 핵 문제를 발갛게 달군 레인지의 버너 앞쪽보다는 적당히 데우는 듯 마는 듯 뒤쪽에 놓아두고 싶어했기 때문이다.북 핵 문제를 앞 순위로 끌어내야 할 정치적 필요성이 다시 생긴 때문일까. 아니면 한국의 우라늄 분리 실험과 플루토늄 추출 실험이 북 핵 문제에 대한 경계심을 일깨운 탓일까. 한동안 잠잠하던 북 핵 위기설이 다시 워싱턴의 뉴스 라인을 타고 있다.
북한이 10월 중 핵 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워싱턴 정가에 급속도로 퍼지더니 그 징후에 대한 보고가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됐다는 보도가 11일 뉴욕타임스에 실리면서 '10월의 충격'설은 설마의 차원을 훌쩍 넘어섰다.
급기야 "북한 양강도의 상공에서 버섯 구름이 목격됐다"는 한국발 정보는 미국 일부 언론을 통해 "핵 실험의 결과일 수 있다"는 충격으로 확대됐다. 한국과 미 정부의 적극적인 설명으로 핵 실험설은 일단 차단됐지만, 미국의 유력 언론들이 쏟아낸 이른바 고급정보는 그 의혹을 쉽게 씻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정보 구조에 접근하지 못하면서 정보의 신뢰성을 따지는 게 공연한 일일지 모른다. 더욱이 그 대상이 세계에서 가장 통제된 북한일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러나 밑도 끝도 없이 터지는 북한 핵 위기설은 미국발 정보의 왜곡 가능성을 곱씹게 한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단서를 붙여 전해지는 북한 핵 위기설은 더러는 한반도의 안보 불안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위기설이 지나가고 나면 그 피해는 늘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김승일 워싱턴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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