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의 크론베르그시에 있는 미국 질레트사의 오랄-비 R&D센터. 건물내 로봇시험실에 들어서니 3대의 로봇이 치약을 짜고, 양치질을 하고, 물에 헹구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 로봇들은 1996년 자동차공장에서 들여와 양치질 로봇으로 개조한 오랄-비의 자랑거리.
“칫솔모의 성능을 확인하려면 18시간 가량 칫솔질을 합니다. 사람이 9개월 동안 사용하는 시간이죠. 치아를 스캔해서 칫솔모가 어디까지 닿는지 등을 알아냅니다. 전동모터에는 330시간 시험을 합니다. 로봇 시험은 단기간 칫솔 성능을 검증하는 아주 유용한 수단입니다.”
R&D센터 피터 힐핑어 소장은 회전식 전동 칫솔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그는 1991년 처음으로 둥근 칫솔머리가 회전하는 전동 칫솔을 개발한 주역이다. 칫솔에 대한 최초의 의학적 임상시험도 이 때 이뤄졌다.
힐핑어 소장은 “우리가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처음 알아낸 것은 칫솔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가장 잘 닦인다는 점이며 그래서 좌우 회전을 빨리 반복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올 가을 출시되는 ‘프로페셔널 케어 8000 시리즈’는 분당 8,800번 좌우로 회전하고 4만번 이를 두드리듯 진동하는, 그야말로 전동 칫솔의‘완결판’이다.
2003년 영국의 비영리 단체인 코크레인은 임상 연구논문 2,500개를 분석, 오랄-비의 전동칫솔이 유일하게 플라그 제거와 치은염 감소에서 일반 칫솔보다 성능이 월등하다고 발표했다.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오랄-비의 또 다른 성공 사례 하나. 2001년 R&D센터는 치아 사이가 잘 닦이도록 하는 부드러운 모(플렉시 소프트)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름 0.11㎜의 칫솔모를 더욱 가늘게 만드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소재를 바꿔봤지만 너무 빨리 닳았다. 결국 R&D센터는 물 흡수율이 다른 이종 소재를 반씩 섞어서 물이 닿으면 잘 휘어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1년간 200만 달러(약 24억원)를 쏟아부은 끝에 얻은 결과였다.
부단한 연구개발로 오랄-비는 전 세계 전동 칫솔 시장의 68%(2003년 매출7억 달러), 전체 칫솔의 34%를 점유, 1위를 달리고 있다. 오랄케어 사업본부 막달리나 드 가스페리 이사는 “한국의 전동 칫솔 이용률은 8%로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최근 3년간 30~40%가 성장,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시장이다”고 말했다.
/크론베르그(독일)=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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