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은 한국영화의 힘을 다시금 확인케 한 쾌거다. 이로써 우리 영화는 올들어 3대 영화제의 주요부문에서 잇따라 수상하고, 김 감독 개인으로는 연이어 감독상을 받는 유례 드문 성과를 거뒀다. 바야흐로 한국영화가 세계영화계 주류에 진입했음을 자부해도 좋을 일이다.김 감독의 수상작 ‘빈 집’과 지난번 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박찬욱감독의 ‘올드보이’ 등은 1960년대 강대진 감독의 ‘마부’와 80년대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 이래 간헐적인 국제영화제 수상작들과는 현저히 다르다. 종전에는 상당 부분 한국적 소재로 주목 받았던 데 비해, 최근 수상작들은 삶과 인간에 대한 참신한 시각, 밀도있는 해석, 구성과 영상에서의 높은 완성도 등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는 한국영화가 더 이상 오리엔탈리즘에 기대지 않고 영화적 문법 자체로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해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한국영화의 미래에 더 큰 희망적 요소는 김 감독과 같은 작가주의 감독들의 두터운 저변이다. 앞서 일본, 중국, 이란 등 다른 아시아권 영화들이 각광을 받았으나 이는 쿠로사와 아키라, 장 이모와 첸 카이거,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등 소수에 의한 성과였다. 반면 우리는 젊은 작가군이 각기 다양한 성격의 국제영화제에서 인정 받으며 괄목하게 성장해가고 있다. 국내 영화산업이 지나친 상업성과 대중성으로 비판받고 있으나 이 같은 기름진 토양이 앞으로도 한국영화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문화야 말로 본질적인 경쟁력이다. 모처럼 만개한 한국영화, 나아가 한국문화의 힘을 더 키울 수 있도록 정책 당국과 향수자인 국민 모두의 관심과 애정이 절실하다. 김 감독과 우리 영화계에 아낌없는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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