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종합기계 노조 및 사무직 직원 등으로 구성된 우리사주 조합이 회사 지분은 갖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팬택 컨소시엄을 통해 대우종기 매각 입찰에 참여키로 최종 결정했다. 이 같은 방식은 과거 노조 등의 반대로 진통을 겪었던 워크아웃 기업의 매각 과정에서 새로운 시험대가 될 전망이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대우종기 김윤환 우리사주조합장은 13일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팬택 컨소시엄의 대우종기 인수가 확정될 경우 회사 경영권은 회사를 직접 경영하게 되는 팬택 컨소시엄이 선임하는 경영자에게 일임할 것”이라며 당초 요구했던 경영권 참여 부분을 포기했다.
김 조합장은 “팬택 앤 큐리텔(구 현대큐리텔) 인수 경험 등에서 볼 때 팬택의 윤리경영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가졌으며 팬택측은 기존 다른 계열사 수준의 성과급 지급 및 복지수준을 약속했다”며 “종업원의 경영권 참여에 대한 재계 일각의 우려등을 감안, 경영권 참여 부분을 양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사주조합은 인수가 확정될 경우 향후 윤리경영실천협의회를 설치, 팬택측과 고용 및 회사발전 방안 등 중요 사항을 다루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고용승계 등을 보장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사주조합과 팬택측은 인수 후 상당기간 분규를 하지 않기로 하고 팬택측이 고용안정 등 기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사주조합측이 협의회를 통해 사외이사 선임권을 다시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사주조합은 현재 최종 조율이 끝나지 않았지만 전체의 10~15%의 지분을 갖기로 했으며 조합원 1인당 최대 6,500만원까지 출연할 계획이다. 조합측은 지분 참여를 위해 내년부터 도입되는 차입형 종업원지주제(ESOP)와 유사한 사주조합 차입형태를 적용할 방침이다. 김 조합장은 “6월 한 시중은행과 종업원들이 개인 대출방식으로 자금을 차입한 뒤 내년부터 사주조합 차입형태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회사측은 미래수익의 일부를 성과급 형태로 조합에 출연해 조합원과 회사측이 일정 비율로 8년 동안 상환해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팬택측의 부담 비율이 2분1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종업원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됐다.
김 조합장은 이와 함께 “회사의 중장기 비전 등을 위해 분할매각 반대 입장은 확고하며 두산이나 효성 등 재벌업체의 인수도 절대 반대한다”며 “만일 매각 주체가 분할 매각 쪽으로 확정할 경우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14일 최종 입찰을 마감하는 대우종기 인수전에는 우리사주조합-팬택컨소시엄과 두산중공업, 효성 등 3개사가 일괄인수를, 미국계 투자펀드인 칼라일, 테렉스, JP모건 파트너스 등 3개사가 민간부문만, 디자인리미트, 삼영 컨소시엄, ㈜한화 등 3개사가 방위사업부문만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종기 최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 등은 일괄매각을 원칙으로 하지만 인수자금 규모 등에 따라 분할매각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10월초로 예정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누가 승리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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