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의 일이다. 누군가 책을 펴냈고, 그걸 축하하기 위해 꽤 많은 작가들이 음식점에 모였다.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 이런 자리에 가면 누구나 유쾌해진다.그때 무슨 얘기 끝에 남자와 여자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서로 편을 갈라 상대를 공격하듯 말하지는 않았지만, 남자들은 “여자들이 단순하다”고 말했고, 여자들은 “남자들이 단순하다”고 말했다. 서로 ‘어떠어떠하기 때문에 단순하다’는 이유도 없이 한 남자가 다른 남자들에게 “가만히 옆에서 보면 여자들은 참 단순해” 하면 모두들 그 말이 많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이에 질세라 여자 한 명이 일어나 “아이구, 정말 남 말하네. 우리가 보기에 남자들 정말 단순하지 않니?” 이러면 그 자리에 모인 여자들 모두 그렇다고 대답한다.
만약 누가 그 자리에서 “그러고 보면 세상사람들 모두 단순하지 않니?”하고 물었다면, 그때는 어떤 대답들이 나올까. 아마 그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단순하지 않아도 남자 눈엔 여자가, 여자 눈에 남자가 단순해 보이는 것이다. 어쩌면 상대를 단순하게 보는 시선 안에 서로 애정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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