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도 두 번 변한다는 20년 가까이 매일 새벽 6시에 집을 나서서 산책하고 내려올 때 야산 입구의 한 농가를 지난다.옥수수와 해바라기가 담이 되다시피 한, 대문도 없는 넓은 집 대청마루에 칠순 가량 된 노 부부가 앉아서 다정하게 아침식사를 하는 걸 자주 본다.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온종일 흙 속에 파묻혀 소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속세에 찌들려 바둥거리며 경쟁사회에서 아옹다옹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 견주어 보면 대조적이다.
봄에는 산과 들에 나가 나물도 캐고 여름에는 논에 물대고 피 뽑고 구슬땀 흘리는 모습을 본다. 가을이면 오곡백과의 결실로 처마 밑에는 추수한 가마니가 수북이 쌓여 있고 옆에는 감자와 고구마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마당에는 무, 고추, 참깨 등을 말리고 있고 대청마루 위에는 곶감을 만들기 위한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 집안이 농산물 시장을 방불케 한다. 날이 쌀쌀해지는 겨울철이 되면 여물 삶는 냄새가 진동해 1970년대 근대화 시절 동네 출장을 온 기분이다.
근 10년 넘게 노 부부의 집을 지나칠 때면 계절의 순환에 따라 나와 있는 농작물의 종류가 달라진다. 고향의 구수한 흙 냄새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며 세월의 빠름을 느끼게 한다.
우리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노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이 건강과 화목의 근본이 아닌가 생각한다.
농촌을 지키려는 농심에 저절로 고개 숙여지고, 한편으로 노 부부가 하루종일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동고동락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부럽기도 하다.
앞으로 10년은 물론 강산이 두서너 차례 변하도록 노 부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기를 바란다. 내일 아침에는 또 어떤 자연산 웰빙 냄새가 풍기는 아침을 해 드시는가 궁금해 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총총 옮겼다.
/김종한ㆍ경북 상주시청 지출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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