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개방 협상 시한이 내년 말로 다가오면서 정부의 대응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12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3월 도하개발아젠다(DDA) 서비스 개방협상이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에 1차 법률시장 개방안을 제출한 상태이며, 이 안을 놓고 현재 세계 각국과 다자 또는 양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협상시한은 올해 말까지였으나 지난달 WTO가 내년 말까지로 1년 연장해 올해 하반기부터는 지지부진하던 협상이 다시 가속화될 것으로 법무부는 전망했다.
법률시장 개방의 가장 큰 쟁점은 우리나라에 진출하는 외국 로펌에게 국내 변호사와의 동업 또는 고용을 허가할지 여부다.
정부가 제시한 1차 개방안은 외국 변호사의 자격취득국법 및 국제법 법률자문과 외국 로펌의 국내 분사무소 설립을 허용하되, 미국 영국 호주 등이 요구하는 국내 변호사와의 동업 또는 고용은 금지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들 선진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개방을 허용할 경우 국내 로펌이 사실상 영미 로펌과 회계법인에 합병되거나 해체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돼 추가개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독일의 경우 법률시장을 개방한 이후 10대 로펌 중 9개의 로펌들이 영미계 로펌에 예속돼 국부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며, 프랑스도 미국계 회계법인이 들어와 자국의 로펌이 해체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을 개방 반대 논거로 들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영미계 로펌이 능력있는 국내 변호사를 싹쓸이 해간 뒤 강력한 자본력으로 국내 대기업의 법률 자문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시장개방으로 수임 및 자문료가 떨어지고 경쟁으로 인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논리도 없지 않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서도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 시장개방 후 기대되는 수임료 인하 등 긍정적 효과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에 따라 재경부 등 관계부처, 대한변협, 전경련 등과 합동으로 '법률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반'을 구성, 법률서비스 강화를 위한 세부방안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앞서 10일 국내 20개 로펌 대표 변호사들과 만나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등 업계와의 공조도 강화하고 있다.
법무부는 또 국내 로펌의 대형·전문화를 유도하기 위해 기존 법무법인 제도보다 구성원의 책임을 완화한 변호사법인 및 변호사조합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올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