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 금융통화위원이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화폐단위변경(리디노미네이션)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을 놓고 한국은행에 내홍(內訌)이 벌어지고 있다.발단은 10일 김 위원이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전혀 급한 일이 아니며 현재로선 득보다 실이 많다. 재산 많은 사람이 계산하는데 힘든 걸 좀 도와주는 편의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차떼기하는 사람이 (뇌물수수를) 상자로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 김 위원은 이어 “서민경제가 위축돼 있는데 화폐태풍을 일으키는 잘못된 제안이다”고 비판했다.
이 방송이 나가자 ‘리디노미네이션은 빠를수록 좋다’는 내부 공감대가 마련된 한은은 격앙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박승 총재도 김 위원의 방송내용을 보고 받고 크게 화를 내면서 ‘대응’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또 리디노메이션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발권정책팀 과장들은 내부 인터넷게시판에 김 위원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띄워놓았다. “한은 직원들이 불순한 목표를 위해 화폐단위변경을 추진한다는 말인가” “화폐단위변경이 부자만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한은은 부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집단이란 말인가”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