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첼말로닉산증’이라는 희귀 선천성 대사질환을 앓고 있는 딸(12)을 둔 김유연(43)씨는 최근 눈앞이 깜깜해지는 일을 당했다.지난 1일 딸에게는 생명과 마찬가지인 특수분유를 더 이상 공급할 수 없다는 식품회사의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분유공급이 끊긴다는 것은 딸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일이다.
특정단백질 분해효소가 부족해 감기만 걸려도 체내 암모니아 수치가 높아져 생명이 위험해지는 김씨의 딸은 생후 1년 만에 이상 판정을 받은 뒤 7살 때부터 미국 애보트사로부터 특수분유를 무상공급 받아 그나마 건강을 유지해왔다. 선천성 대사질환은 인체 내 특정물질 분해효소 결핍으로 필수영양소 공급이 차단되고 독성물질이 쌓여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 질환이다. 애보트사가 공급하는 특수분유는 유사 선천성 대사질환자를 다룬 영화 ‘로렌조 오일’의 로렌조 오일과 같은 분해효소 역할을 하는 걸로 보면 된다.
김씨는 “애보트사에 재고라도 있으면 보내달라고 했지만 재고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확보해 놓은 분유가 두달치 정도밖에 안되는 데 막막하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 동안 선천성 대사질환용 특수분유를 무상 공급해온 애보트사가 공급중단을 통보하면서 이 분유를 먹어온 선천성 대사질환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애보트사는 회사 방침이라고만 할 뿐 공급중단에 대한 특별한 이유설명도 없었으며, 보건복지부에 공급 중단을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그동안 애보트사에 전적으로 특수분유 공급을 맡긴 채 방관해 환자 현황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혈액산성화로 의식불명을 유발하는 ‘글루타릭 산혈증’이란 선천성 대사질환을 가진 김모군 등 2명도 애보트사의 특수분유를 먹어왔으나 무상공급을 중단하면서 김씨의 딸과 같은 어려움에 처했다.
복지부는 영국에서도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는 사실을 파악, 우선 이들 2명에 대해서는 이 분유를 들여와 연말까지 공급키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애보트사가 유상공급도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 파악된 대사질환자에 대해서는 조속히 특수분유를 구해 제공하고, 장기적 공급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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