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신과 겨룬 소년데이비드 비스니에프스키 글·그림/이은식 옮김
비룡소 발행·8,500원
“정말 멋지군! ”
그림책 ‘비의 신과 겨룬 소년’ 본문 첫 장을 펼치는 순간 탄성이 터졌다. 고대 마야제국의 사제가 점을 치는 장면이다. 색종이를 정교하게 오려서 그림을 만든 다음 겹겹으로 받치고, 사진을 찍어서 입체적 효과를 낸 그림이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와 어울려 그야말로 장관이다.
사제의 두건과 귀고리, 팔찌, 묘하게 생긴 고대문자가 새겨진 점 치는 카드, 고대 마야의 돌 조각 등 마야문명의 특징을 보여주는 소재들이 멀리 짙푸른 밀림과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흩어져 있다. 대담한 표현의 그림이 걸출할 뿐 아니라 사라진 마야문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지은이 데이미드 비스니에프스키는 97년 칼데콧상(수상작 ‘유대인의 거인 골렘’)을 받은 작가로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하다 2002년 세상을 떠났다.
줄거리는 신과 겨룬 용감한 소년의 이야기를 전하는 고대 마야의 민담이다. 무시무시한 가뭄이 올 거라는 사제의 예언을 듣고 비의 신 샤크에 대해 불평하던 소년 픽은 샤크에게 잡혀 올라간다. 신은 ‘포커토크’(축구와 농구를 합친 듯한 옛 마야의 구기 경기)를 해서 픽이 지면 개구리가 될 거라고 경고한다.
픽은 아버지가 건네 준 신성한 물건들을 갖고, 그 물건들의 주인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맹렬한 힘을 가진 표범과 날쌘 케찰 새, 신성한 지혜의 강 세노테의 도움으로 픽은 경기에서 이기고 신은 약속대로 비를 내려준다.
고대 마야인들은 신이 정해놓은 운명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감히 신과 싸워 이긴다는 생각은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픽은 포기하지 않고 신과 운명에 맞서는 용기를 보여준다.
어린이들은 매우 이국적이고 독특한 그림들로 가득 찬 이 책을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고, 어른들은 아득히 멀고 낯설게만 느껴지는 고대 마야의 찬란한 문명을 눈요기할 수 있을 것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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