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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역전문가가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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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역전문가가 없는 나라

입력
2004.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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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세상을 떠난 로스토우는 경제사학자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사람이다. 경제성장 5단계설을 주장하면서 과감하게 마르크스의 경제발전 단계설을 비판하고자 하였다.그의 이론 중 ‘도약이론’은 1960년대와 1970년대를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담론이 되기도 하였다. 그는 케네디, 존슨 행정부에서 대외정책 이론을 제공한 정책결정자로 더 유명하다. 특히 그는 북베트남에 대한 폭격을 강력히 지지함으로써 베트남전이 확산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로스토우의 이론에서 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그것은 후진국이 경제개발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후진국의 경제성장 없이는 선진국들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향유할 수없다는 것이다. 일종의 윈윈 게임을 하자는 것이다.

로스토우는 후진국의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후진국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특히 후진국의 민족주의와 전근대적 사회체제에 주목하였다.

로스토우는 우선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전근대적인 관습과 체제를 가지고 있는 후진국 사회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개혁은 당분간 사회적으로 많은 혼란을 가져올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사회적인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후진국의 민족주의적 성향과 관련해서는 한편으로 민족주의가 냉전의 한 축이 될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후진국 내부에서 경제성장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경제성장을 통한 변화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실행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아울러 그는 미국적 이상을 후진국에 그대로 적용하고자 하면 안되며, 그 나라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로스토우의 후진국에 관한 이론이 도출될 수 있었던 데에는 1950년대 미국에서 지역학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 그가 행정부에 들어가기 전에 활동했던 연구소에는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현장 조사를 통해서 그 지역의 특수성과 문제점을 발견하고자 했던 많은 학자들이 포진하고 있었다.이들은 각 지역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미국이 보다 효과적으로 그 지역에 대한 정책을 실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였다.

로스토우의 후진국 이론은 후진국에서의 독재체제를 합리화하는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학의 발전에 근거한 그의 후진국 이론은 당시 미국의 대외정책이 한 단계 성숙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만약 현재의 미국이 발전되어 있는 지역학에 기초하여 후진국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했다면, 9ㆍ11과 같은 엄청난 참변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한국은 하나의 기로에 서 있다.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적절하게 대처해 나가야 하며, 새로운 무대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활동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학의 활성화가 필요하다.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지역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우리가 활동해야 하는 지역에 우리를 잘 알리기 위한 활동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지역학은 너무나 빈약하다. 이라크 전쟁이 났을 때, 과연 중동지역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줄 수 있었던 지역 전문가가 얼마나 있었는가?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정을 체결하고, 중앙아시아와 외교관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과연 그들 지역의 문화와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몇 명이나 되는가? 동남아시아를 주제로 동남아시아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사람이 주요 대학의 국제학 교수이자 외무성의 자문위원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풍토가 부럽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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