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발견/이희진 지음동아시아 발행·1만2,000원
전쟁은 영웅을 만들어낸다. 패자도 존재한다. 그러나 역사는 대개 승자의 편에서 기록되는지라 전쟁의 진실이 감춰지는 일도 적지 않다. 한반도 패권을 두고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축을 벌인 삼국시대는 전쟁의 시대였다.후대에 그 역사를 기록한‘삼국사기’만 보더라도 무려 480여 차례의 전쟁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고대전쟁사를 전공한 저자는 이 책에‘한국 고대사의 재구성을 위하여’라는 부제를 달았다.“역사는 전쟁을 읽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는 저자는 “전쟁사 서술이 전쟁의 본질적 요소를 다루는데 인색했다”고 기존의 역사연구를 비판한다.
3세기부터 200여년간 계속된 왜의 신라 침략, 4세기 백제 근초고왕의 정복전쟁, 5만의 대병력을 동원한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왜 정벌, 신라의 대가야 정복, 백제 멸망 등 삼국시대의 전쟁을 분석하며 역사적 진실을 찾아 나선다.
오래된 사서를 번역하는 정도의 피상적 분석이 아니라, 당시 정세 및 각 진영의 전략과 전술, 병력 운용, 군대의 심리까지 분석하는 수준의, 매우 구체적인‘전쟁의 재구성’이다.
어릴 적부터 흔히 들어온 낙화암 삼천궁녀 이야기는 660년 백제 멸망의 역사를 왜곡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도력을 상실한 의자왕이나 지도층 내분으로 백제가 힘없이 쇠락의 길을 간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으나,저자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10만 당군과 5만 신라군에 맞서야 했던 백제의 내부정세와 전략ㆍ전술, 딜레마 등을 복원하며, 상대의 치밀한 준비와 압도적인 전력에 밀린 백제의 불운을 묘사한다.
삼국시대 당시 왜 세력을 과대평가하는 시각에도 반박하고 있다. 3세기부터 200년간 신라가 왜의 침략에 시달렸지만, 당시 지정학적 구도 등을 살펴보면 신라가 왜에 대해 약세로 몰렸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왜의 침공은 실제로는 자신들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신라에 보여주는 일종의 시위였던 셈이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5만의 대병력을 거느리고 왜군 정벌에 나선 것도 애초부터 왜의 저항의지를 꺾고 백제 등 제3자가 개입할 시간을 주지 않고 단기전으로 끝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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