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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3주년/성과없는 對테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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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3주년/성과없는 對테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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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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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독일을 방문하고 미국행 비행기를 이용했던 한 한국인 여행객은 “비행기에 아랍계로 보이는 두 청년이 타자 동행한 중학생 아들이 두려운 눈빛으로 ‘혹시 테러범은 아닐까’하고 말해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아랍인에 대한 아들의 편견도 문제지만 아들이 느끼고 있는 테러 공포에 더욱 소스라쳤다고 말했다. 9ㆍ11테러가 발생한 지 3년이 흐른 지금 이제 세계의 모든 이들은 일상 생활 속에서도 가슴 한켠에 테러 공포가 자리잡고 있음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일상화하는 테러

9ㆍ11 이후 세계 유일의 슈퍼 파워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고, 극히 일부를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국 편에 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 세계가 하나의 기치 아래 이처럼 뜻과 힘을 모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그만큼 지난 3년간의 반 테러 전쟁은 국가를 초월하는 명분을 갖고 있다고 평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테러는 9ㆍ11 이전보다 더 많이 발생, 일상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NBC 방송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9ㆍ11 이후 모두 2,929건의 테러가 발생했으며 이중 58%인 1,709건이 올해 발생했다. 9ㆍ11 이후 하루 평균 2.7건의 테러가 발생한 셈이다.

테러는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극렬화하면서 테러 체감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올 3월 테러 조직 알 카에다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차 테러를 저지른 이후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의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유럽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라크전에 반대한 프랑스마저도 자국 언론인 2명이 이라크 무장단체의 인질로 잡혀 애를 태우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 테러, 케냐 뭄바사 테러 등으로 아시아, 아프리카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현재 미국, 영국 등 전세계 20여개국이 테러 발생 우려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 잔인해지는 테러

게다가 테러리스트들은 상상을 불허하는 비인도적인 테러수법을 서슴지 않고 있다. 출근길의 무고한 시민 192명이 희생된 마드리드 테러가 발생한지 반년도 안돼 러시아 북오세티야 자치공화국 베슬란에서는 어린이 200여명을 포함해 4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베슬란에서 인질범들은 어린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살 폭탄을 터뜨리고, 도망하는 어린이들을 향해 난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테러범들은 첨단 기술과 무기를 맘껏 이용하고 있다. 알 카에다는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조직원들에게 명령을 하달하고, 인터넷 잡지를 통해 자신들의 승리를 선전하고 있다. 이라크 무장세력은 인질들을 처형하는 장면을 인터넷에 올려 공포를 극대화한다.

테러범들은 첨단 스팅거 지대공 미사일이나 휴대용 미사일을 이스라엘 여객기를 향해 발사하고 있어(2002년 11월 케냐 테러) 모든 여객기에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장착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결국 장소(Where) 대상(Whom) 방법(What)을 가리지 않는 ‘3W 테러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회의

비인도적인 테러가 일상사처럼 반복되자 이제 세계는 지난 3년을 반추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미국과 세계가 테러와의 전쟁에 수조 달러를 퍼붓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왜 이지경이 됐느냐는 회의가 그것이다. 맥락은 다르지만 최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에 이기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맞닿아있다.

북오세티야 인질사건 직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칼럼리스트 윌리엄파트는 “현재의 테러 양상은 글로벌하지만 테러의 원인은 지역적이다”라고 갈파했다. 세계 도처에서 우후죽순처럼 테러가 발생하지만 테러를 일으키는 원인들은 특정지역 현안 때문이라는 것이다. 9ㆍ11 이후 테러는 중동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과 체첸공화국 인근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이들 지역은 9ㆍ11 이전에도 테러 다발 지역이었다. 이는 곧 테러의 원인이 전혀 제거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사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래 미국 내 테러리스트 색출, 테러조직의 온상인 아프가니스탄 공격, 이슬람 근본주의자 척결을 위한 아랍권국가들의 수사협력 등에 주력해왔다. 근본주의자와 테러리스트들의 테러 명분을 제거하는 근본치료에 힘쓰기 보다는 눈에 보이는 테러리스트들을 없애는 대증요법만을 구사한 것이다.

9ㆍ11 발발 직후 세계 유수의 전문가들은 50%를 상회하는 아랍권 청년실업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갈등, 전근대적인 아랍의 정치시스템 등이 이슬람 근본주의와 테러를 불러왔다고 지적했지만 미국은 이를 도외시했다. 오히려 미국은 테러조직과 테러지원국에 대한 선제적 공격 전략을 채택, 이라크 전쟁을 감행하는 등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 명분을 부추겼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대증적 처방과 함께 체첸 분리주의 운동, 이-팔분쟁, 이라크 전후 처리, 아랍권의 민주화 등 지역 현안을 세계가 슬기롭게 극복해야만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빈라덴 잡는다고 잠잠해질까?

“오사마 빈 라덴은 세계 이슬람 테러조직의 이념적 중심이자, 현실과 신화 중간쯤에 위치한 영적인 지도자가 됐다.” 유엔은 지난 주 펴낸 알 카에다 관련 보고서에서 빈 라덴을 이렇게 묘사했다.

미국은 9ㆍ11 테러의 주도자 오사마 빈 라덴 체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비밀특수부대는 3년째 파키스탄 산악 지대를 이 잡듯 뒤지고 있다. 조셉 코퍼 블랙 미 국무부 대테러조정관은 최근 그의 체포가 임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CNN방송 테러 해설자인 피터 베르겐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는 미국의 시사월간 애틀랜틱먼슬리 9월호 기고에서 빈 라덴 체포가 ▲9ㆍ11 희생자의 복수라는 정의 구현 ▲알 카에다에 대한 미국의 승리 선전 ▲테러 조직에 대한 광범위한 전략적 조언 봉쇄를 위해 극도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빈라덴이 파키스탄과 인도의 접경 산악지대인 아자드 카시미르 또는 파키스탄 도시 한 가운데 숨어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빈 라덴 체포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10월의 충격’(October Surprise)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테러 방지와는 별 관계가 없다고 보고 있다.

우선 빈 라덴이 체포되거나 사살되면 순교자가 돼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됨으로써 되려 테러를 격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임스 조그비 아랍아메리칸협회 대표와 해리티지 재단의 제임스 카라파노 선임연구원은 “빈 라덴은 한 개인이나 알 카에다라는 단체를 훨씬 넘어섰다”며 “전 세계 테러운동에 반미이념과 영감을 제시하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이슬람 테러조직이 중앙 지도력 없이 느슨하게 연계된 독자적인 소규모 조직으로 번성하는 것도 한 이유다. 이들은 특별한 장비, 훈련도 없이 큰 돈도 들이지 않고 각자 알아서 테러를 감행해 탐지나 진압이 더 어렵다.

군사전문가인 막스 부트는 “알 카에다는 이제 느슨하게 연결된 이슬람 테러조직들의 이념적 대변체로만 보면 된다”며 “알 카에다 본사는 없어졌는데 알 카에다 프랜차이즈가 번창하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실제로 3월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파범들은 빈 라덴과 아무런 연계도 없고 테러자금으로 1만 달러만 썼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테러공포에 갇힌 미국

3년 세월의 더께도 9ㆍ11 테러가 미국인들에게 남긴 상처를 아물게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시간의 흐름과 함께 9ㆍ11은 미국인의 일상과 정치ㆍ사회 질서 그리고 의식의 세계까지를 지배하고 있다.

AP 통신이 이프소스에 의뢰, 지난달 27~29일 알래스카와 하와이 주를 제외한 미 본토 거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일 보도)에서 응답자의 98%는 9ㆍ11 테러 당시 자신의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때의 충격과 공포가 그대로 뇌리에 박혀 구급ㆍ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를 듣거나 머리 위로 비행기가 날아가는 일상적 장면을 볼 때 9ㆍ11 테러가 연상된다고 답했다. 특히 41%가 자신이 테러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답했고, 39%는 자신의 집이 약탈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한다고 밝혔다. 또 5명 중 1명 꼴로 테러 공격에 대한 우려가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테러의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려는 움직임도 가속화해왔다.

테러 공격의 책임소재를 묻는 항목에선 ‘테러범 자신들’이라는 데 99%가 동의했지만 미 중앙정보국(CIAㆍ85%)과 항공보안체계(85%) 및 연방수사국(FBIㆍ82%)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는 응답률도 높았다.

특히 조지 W 부시 정부와 빌 클린턴 전 정부에도 테러 공격이 야기된 데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68%와 58%로 집계됐다.

미 국민들의 잠재된 테러 공포감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지지세 속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CNN과 USA 투데이 지난달 23∼25일 갤럽에 의뢰,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8일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 전사자 수가 1,000명을 넘었지만 응답자의 58%가 미군의 막대한 인명 손실에도 불구하고 전후 이라크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37%는 ‘전사자 1,000명 돌파’는 이라크 철군을 서둘러야 한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며 상반된 의견을 나타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9·11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

11일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에선 주 상ㆍ하의원과 시민들이 한데 모여 ‘애국자법(Patriot Act) 다시 보기 토론회’를 연다. 같은 날 텍사스주 산 마르코스에선 ‘9ㆍ11이 우리 마을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는 민관 토론회가 개최된다.

예수의 탄생이 기원전(BC)와 기원후(AD)를 나누듯 미국인들에게 9ㆍ11은 그 이전(Before 9ㆍ11)과 그 이후(After 9ㆍ11)의 세계를 확연히 나누는 역사의 분수령이다.

특히 올해는 테러 비난과 희생자 추모 대신 9ㆍ11 이후 변화된 삶에 대한 성찰이 본격화하고 있다. 태평양의 섬, 텍사스의 시골에서도 시민의 자유를 짓누르는 ‘테러와의 전쟁’의 그림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빅 브라더 사회 7일 뉴욕주 톰프킨스카운티 의회는 12대 1로 애국자법 개정과 행정부의 국토안보법 유보를 요구하고, 시민의 권리 침해를 우려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이 같은 결의안을 채택한 곳은 알래스카 하와이 버몬트 등 3개 주와 24개주 150여 지방자치단체나 된다.

9ㆍ11 이후 미국 사회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2005년 12월까지 효력을 발휘하는 한시법인 애국자법이다. 2002년 복수의 광풍 속에 상원 98대1, 하원 356대 66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된 이 법은 테러 수사기관에 엄청난 권한을 부여했다.

이 법은 당국이 테러 ‘의심자’의 집이나 컴퓨터를 몰래 수색할 수 있고, 증거 없이도 도서관 서점 병원 은행 등에서 이용 기록을 빼 볼 수 있도록 했다. 테러 의심자는 무기한 구금이 가능하고 전화와 전자우편 감청을 광범위하게 허용했다. 시민의 자유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테러와의 전쟁’이 국가 안전을 위해 기본권 침해를 당연시하는 주객 전도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법은 수사 편의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기도 한다.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11월 한 유흥업소의 회계기록을 애국자법에 걸어 압수하는가 하면, 대학에 모든 외국 학생의 정보를 넘기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시카고 트리뷴지는 지난달 미국 노터데임대학의 강의를 맡은 아랍계 지식인 타리크 라마단의 미국 입국 금지가 “애국자법을 악용한 유태인 단체의 로비 결과”라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7일 “효과적이고 책임감 있는 법인 만큼 상원은 이 법의 시효를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불편해진 삶

피츠버그 WPXI방송이 7일 방영한 ‘9ㆍ11이후 안전해졌나 - 펜실베니아주에서 운전면허 따기’특집은 9ㆍ11 이후 미국인과 미국 거주 외국인의 삶이 얼마나 고단해졌는지 보여준다. 외국인은 말할 것도 없이 미국인도 운전면허증을 따려면 온갖 서류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뉴저지주는 외국인 운전면허 시험 장소를 4곳으로 제한했고, 뉴욕주는 아예 방문비자나 관광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은 응시 자격을 박탈해 버렸다.

국내선 비행기 타는 데도 2시간씩 검색이 이어진다. 뉴욕주 이타카시 레슬린 맥빈-클레어본 의원은 “외국에서 귀국할 때 끔찍한 질문 세례를 받았고 외국계인 가족 한 명은 비자가 나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1만 달러 이상 현금을 예금하려면 금융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고, 주요 대형 건물 한번 들어가려면 온갖 검색대를 통과하며 곤욕을 치러야 한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도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

미국 언론들도 지난해 2주년 때의 ‘가족 중심 사회가 됐다’는 보도 대신‘불편해진 만큼 안전해졌느냐’는 문제 제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국에도 여파

미국은 국제 사회에도 인권에 앞서 테러 척결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은 올 1월부터 115개 공항과 14개 주요 항구에서 외국인 입국자에 지문 채취와 사진 촬영을 시작, 생체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거센 반발을 불렀다. 미국은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한 일본, 유럽 등 27개국에는 생체 정보를 넣은 새 여권을 만들라고 압박하고 있다.

영국 호주 일본 등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동맹국들도 덩달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은 호텔 투숙객을 임시 검문하고, 외국인들은 호텔 등 숙박 업소에 여권 사본을 맡기도록 할 방침이다. 영국과 호주는 국내 감시에 비중을 둬 정보기관을 개편할 계획이다. 특히 영국이 반인권적 조치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범죄자의 몸에 칩을 이식해 위성으로 감시하려하는 것도 9ㆍ11 이후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

국제사면위원회(AI)는 5월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이 지난 반세기를 돌아볼 때 가장 지속적으로 인권과 국제법을 유린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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