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이 동네에서 어느 게임방이 같은 가격에 서비스 시간을 가장 많이 주는지, 또 같은 천원짜리 떡볶이라도 어느 분식점이 그래도 가장 양이 많은지 귀신처럼 파악하고 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니까 학교를 다니면 저절로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또 우리집 아이들은 길거리에 쉴 새 없이 오고가는 자동차들의 뒤꽁무니를 슬쩍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차의 차종을 금방 알아낸다. 이것 역시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다 알게 돼 있다고 말한다.
그런 식으로 어릴 때 우리 형제도 밤나무 산에 있는 100여 그루 이상 되는 밤나무 가운데 어느 나무의 밤이 가장 빨리 익는지, 또 알이 가장 굵은지 일부러 그 나무 아래에 가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서로 잘 알고 있었다. 때로는 밤알만 보고도 어느 나무 아래에서 주운 것인지 알아맞히기도 한다.
이렇게 시골에서 자란 어른들의 머리 속엔 고향마을의 나무지도가 그려져있다. 일반지도에 온천이나 절, 학교 같은 것이 표시되어 있듯 그의 머리 속 지도에도 봄부터 가을까지 칡, 딸기, 오디, 버섯, 다래, 머루, 도토리 등이 많이 나는 곳이 요소요소에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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