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자들의 우라늄 농축 실험을 '핵무기 개발 시도'로 해석하면서 과민 반응을 보였던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핵 개발 의도가 없다는 한국측 입장을 소개하는 차분한 보도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뉴욕타임스는 8일 장인순 한국 원자력연구소 소장의 인터뷰 등을 다룬 기사에서 "실험은 학자들의 학문적 호기심에서 시작됐으며, 미량의 농축이 IAEA 규정에 저촉되는지 몰랐다"는 장 소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의 우라늄 농축실험 사실 공개 직후 "한국 대통령이 당시 실험 실시 여부를 몰랐을 가능성은 있지만 고위 당국자들은 파악했었을 것"이라며 농축실험이 정부 주관 하에 실시됐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이번 사태를 1970년대 말 주한미군 감축에 대응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핵 개발에 비유했던 이 신문은 "실험에 참가한 연구원들은 30, 40대로 박정희 세대가 결코 아니다"라는 장소장의 발언도 그대로 실었다. 신문은 "전력의 40% 이상을 얻고 이를 위해 매년 3억7,000만달러 어치의 농축우라늄을 수입하는 한국이 우라늄 재처리와 농축을 하지 못하는 것은 큰 손실"이라는 한국 전문가의 발언도 인용, 상업 목적의 실험임을 부각하기도 했다.
보수적 색채의 월스트리트저널도 13일 개막되는 IAEA 이사회에 급파되는 한국대표단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킬 예정이라고 전하며 "이번 건은 무기개발 프로그램이 아닌 별개의 사안"이라는 외교부 당국자의 말을 강조했다. 또 한국의 실험에서 농축도 80%의 '무기급' 우라늄이 생산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10%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장 소장의 해명도 곁들였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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