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 한국 원자력연구소 과학자들의 우라늄 농축 실험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면안전조치협정 위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8일 “2월 IAEA 안전조치 추가의정서 비준 이전에도 핵 물질 이동은 신고해야 할 사항으로 실험에 들어간 우라늄 및 실험 결과물인 농축 우라늄 2.5g은 각각 사전ㆍ사후 신고 대상이었다”고 밝혔다.관계부처 협의를 거친 끝에 외교부가 밝힌 견해는 애초에 과학기술부가 밝힌 내용과는 많이 다르다.과기부는 “2월 IAEA 안전조치추가의정서를 비준할 때까지 문제의 실험 자체나 설비 등은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을 뿐 핵 물질 이동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분명 거짓말은 아니다.그러나 그것이 IAEA 안전조치협정이든 추가의정서든, 문제의 실험이 국제적 약속을 위반한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핵심을 피해 간 ‘소극적 거짓말’조차 국제적 신뢰를 해친 점에서는 적극적 거짓말과 다를 바 없다.
과기부의 태도가 동기 순수성 논리에 사로잡힌 나머지 핵 문제가 갖는 국제적 의미를 간과한 결과라면 더욱 심각하다. IAEA 중심의 국제적 핵 안전관리체제에 대한 무지의 결과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문제의 실험이 경미한, 또는 심각한 협정 위반인지는 IAEA가 다루게 된다. IAEA가 ‘심각한 위반’으로 판단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넘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외교적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그래도 남는다. 북한 핵 문제에 미칠 악영향은 물론이고, ‘IAEA의 이중잣대’ 비난을 부르는 빌미가 될 수 있다. 0.2g의 100분의 1밖에 안 되는 우라늄 농축 사실이 드러나 국제적 문제가 된 예가 있기 때문이다. 신고로 끝날 문제를 이렇게까지 키운 정부 당국의 맹성을 촉구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