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지혜를 모두 짓밟아 버리는 홍위병식 경거망동은 역사의 후퇴를 불러오게 된다."고려대 교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한 김각중(79·사진) 경방 회장이 8일 '내가 걸어온 길 내가 가지 않은 길'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출간, 이같이 충고했다.
김 회장은 자서전에서 "이 나라는 민주주의와 자유와 경제발전과 인권문제를 모두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하고, 부익부 빈익빈의 불균형도 바로 잡아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아직은 길지 않은 역사지만 그 역사를 깔보고 뒤엎어버리려는 젊은이들의 치졸한 성급함은 경계돼야 한다"고 적었다.
김 회장은 또 1999년 10월 김우중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것과 관련, "당시 손병두 부회장에게 '나는 벙거지 회장이니 그리 아시오'라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적었다. 그는 "'벙거지'라는 말에는 '모자'라는 말을 속되게 표현한 의미가 있어, 당시 내 기분을 적절히 표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전경련 회장들에 관해 "정주영 회장은 비교적 선이 굵고 조금 독선적인 듯하나 시원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고, 최종현 회장은 공부를 많이 한 분 답게 얼마간 학구적인 면이 보였다"고 평했다.
그는 또 "내 전임이었던 김우중 회장은 의욕은 컸으나 미처 그것을 실천해보기도 전에 대우그룹 문제 때문에 일할 기회를 못 가졌다"고 회고했다.
특히 고 정주영 회장에 대해서는 "정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았을 때 1년간 재계 원로인 주요한 선생에게 회의를 주재하도록 했다"며 "그 이유는 괄목할 만한 학력이나 지식을 쌓은 재계 원로들에 대한 일종의 콤플렉스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밖에도 자서전에 유년시절과 미국 유학시절, 오페라 가수의 꿈, 좌익활동가였던 삼촌과 외삼촌이었던 인촌 김성수 선생 등에 대한 일화도 담았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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