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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비제이 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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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비제이 싱

입력
2004.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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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출신의 비제이 싱(41)이 지난 7일 미국 보스턴근교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도이체방크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 우승은 올들어 이미 5승을 거둔 싱에게 1승 추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즌 6승, 통산 21승에 시즌상금만 788만달러를 넘어섰다는 기록도 대단하지만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새로운 골프황제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골프천재 우즈를 3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한 싱은 세계랭킹 평점에서 우즈에 앞서 99년 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5년간 세계랭킹 1위를 지켜온 우즈로부터 황제자리를 넘겨받았다.■ 싱에게서 우리는 잡초의 개화(開花)를 본다. 그의 성인 싱(Singh)이 힌두어로 승리를 뜻하고, 실제로 골프의 정상에 올랐지만 그의 인생은 간난고초(艱難苦楚)로 점철되었다.항공기정비사인 아버지로부터 골프를 배운 싱은 골프장 근처에서 주운 볼을 팔며 골퍼의 꿈을 키웠다. 20대에 연상의 유부녀였던 지금의 아내를 만난 그는 금지된 사랑을 지키기위해 피지를 떠나 아시안투어에 데뷔했지만 성적이 변변치 않자 정글로 들어가 연습에 몰두하기도 했다. 이때의 습관이 몸에 배어 지금도 연습장에서 살다시피 해 ‘연습벌레’라는 별명이 붙었다.

■ 84년 말레이시아PGA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했으나 생활난을 못 이겨 아프리카투어를 거쳐 유럽투어에 입성, 실력을 다진 그는 유럽투어에서 우승이 쌓이자 93년 꿈에 그리던 미국 PGA에 진출했다.데뷔 첫해 뷰익클랙식에서 우승하며 신인왕에 오르기까지 했으나 2000년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그린 재킷을 입을 때까지 피부색과 이름없는 섬나라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 정신없이 휘둘리는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시멘트블록 틈의 잡초, 숲 그늘 속에 숨어 핀 들꽃들은 생명의 경이를 깨닫게 한다.좋은 환경에서 성장해 성공가도를 달려온 사람보다 온갖 어려움을 겪고 우뚝 선 사람이 감동을 주는 것은 그들에게서 잡초와 들꽃의 경이를 느끼기 때문이다. 비제이 싱의 골프황제 등극을 기뻐하는 것도 그를 통해 잡초의 개화를 본 까닭이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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