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분리는 집권 초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새 국정운영의 틀이다. 대통령이 당과 정부에 대해 가졌던 일방적 지배력을 탈피해 권위주의적 대통령제가 낳았던 폐해를 개선해 보자는 의도로 알고 있다. 일상적 국정에 국무총리의 실질적 권한을 보다 강화한 현행 총리제 운영방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권력의 합리적 분산과 정책결정의 정상화를 기해보자는 취지가 여기에 담겨 있다.그러나 최근 며칠 사이 여권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면, 하루아침에 이 같은 틀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노 대통령의 방송 인터뷰 몇 마디에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가 여당의 당론으로 일사분란하게 정리되는 모습인가 하면,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여부를 둘러싼 당내 논의가 갑자기 잠잠해졌다고 한다. 핵심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의견은 정부나 여당에게 압력으로 받아들여질수 밖에 없다. 두 말이 필요 없이 대통령은 국정의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대통령의 견해도 절차와 형식이 보태진, 보다 공식적 형태로 개진되고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토론 과정의 하나로 결론을 제시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이자 권위에 해당한다. 또는 공식 회의체에서 특정 안건에 대해 대통령이 얼마든지 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
이에 비해 국가적 현안이 방송 인터뷰 석상에서 결정된다면 이는 정상이 아니다. 대통령의 한 마디, 그 것도 아무런 형식 요건을 갖추지 않은 정치적 주장으로 집권당의 입장이 일거에 지배되는 것은 국민을 불편하게 한다.이는 구심력과 지도력을 스스로 갖추지 못한 탓에 열린우리당이 자초한 면이 있다. 그렇더라도 대통령이 삼가고 자제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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