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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인허가 또 '문어발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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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인허가 또 '문어발 비리'

입력
200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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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거물급 정치인들을 줄줄이 법정으로 보냈던 ‘굿모닝시티 사건’에 이어 서울시내 주상복합건물 건립 인허가를 둘러싸고 전 국회의원과 관할구청 및 교육청 공무원, 일간지 기자까지 연루된 ‘비리사슬’이 또 터져 나왔다. 건축업자는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 인사에게 접근했고, 정치인과 공무원은 인허가 대가로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으며 오피스텔을 공짜로 받기도 했다.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고건호 부장검사)는 7일 지난해 6월 건축 인허가와 관련해 관할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건축업체 U사 대표 이모(48)씨로부터 시가 1억8,000만원짜리 오피스텔 한 채를 아들 명의로 무상 분양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지낸 3선 국회의원 출신 이택석(68)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이씨에게서 지난해 5월 각각 1,000만원과 2,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로 전 서울 서부교육청 관리국장 채모(54)씨와 전 마포구청 지역경제과장 정모(50)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모 일간지 기자 A씨가 취재를 하지 않는 대가로 1,000여 만원 가량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이씨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23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놓고 필요할 때 현금으로 인출해서 로비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지난 해 2~5월 서울 서교동에 공사비 400억원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 건립을 추진하고 있던 이씨 등을 만나 관할관청에 대한 로비부탁을 받고, U사에서 시공하는 오피스텔 한 채를 공짜로 받았다. 이 전 의원은 애초 오피스텔 두 채를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실제 인허가 결제라인에 있는 고위 공무원에게 전화를 하고, 당시 현역 국회의원 한명을 이씨에게 소개한 혐의를 포착했다”며 “그러나 이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금품로비까지 이루어졌는지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행태도 노골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육청 담당자였던 채씨는 300세대 이상 신축건물이 들어설 때는 취학아동 수용문제 때문에 교육청의 협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 점을 악용, 처음에는 ‘신축불가’의견을 냈다가 U사와 접촉 뒤 ‘신축가능’ 공문을 구청에 발송해주고 1,000만원을 받았다. 채씨는 3,000만원을 먼저 요구했고, 인허가 이후에도 U사 관계자를 불러내 향응을 제공받았다. 관할 구청 인허가 관련 담당 과장이던 정씨 또한 돈을 받은 뒤 3개월 가량 지연해왔던 건축허가를 1주일 만에 내줬다.

한편 검찰은 이씨가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는 다른 업체 명의로 부천에 스포츠센터를 건립하면서 부천시청에 인허가 로비를 해달라는 명목으로 지역신문 기자 오모(42)씨 등 2명에게 총 2억 2,000만원을 준 사실을 적발, 오씨 등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산업은행 출신인 이씨가 각지에서 공사비 총 1,5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로 산업은행으로부터 280억원을 대출 받은 사실 등으로 볼 때 이씨가 금융계 로비에도 나섰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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