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소설 ‘은비령’을 발표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KBS ‘라디오 독서실’에서 그 작품을 다룬다고 해서 방송국에 갔다. 평론가 김선학 선생이 진행을 맡고 있었다. 고향이 경상도인 그 분은 방송하는 내내 ‘은비령’을 ‘언비령’이라고 말했다. 다음주엔 은희경 씨의 작품 ‘서정시대’를 준비했다는데, 그날 클로징 멘트가 이랬다. “오널언 이순원 씨의 언비령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다엄시간언 언희경씨의 서정시대럴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식으로 나도 단어 앞에 ‘외’자만 나오면 일단 쥐약이다. 일산에서 서울로 외출할 때 전철역까지 나를 태워줄 택시를 콜 할 때마다 ‘밤가시마을 외환은행’을 ‘방까시말 애한은행’이라고 말한다.
나는 제대로 말하는 것 같은데, 옆에서 듣는 아내는 내가 늘 그렇게 말한다고 한다. 어떤 날은 제대로 말해야지 하고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입술에 힘이 들어가 꼬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니 정말 어떤 우스개 얘기대로 외무부 같은 곳에 근무 안하기 천만다행인 것이다. 만약 거기에서 근무한다면 만날 외무업무가 아니라 ‘애무업무’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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