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픈 베어(사진)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조찬 강연에서 "한국 경제는 아직 위기상황은 아니지만 외부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고 이는 단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 현황 및 기업전략에의 시사점'이란 주제로 강연한 베어 대표는 "기업신뢰도가 낮아 투자가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고 가계 부채 증가로 인해 심한 내수 침체에 빠져 있다"며 "최근 고유가도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어 대표는 이어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떤 위협이 생길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한국 경제가 직면한 다섯 가지 도전과제를 제시했다. 베어 대표는 우선 "한국은 세계에서 최악의 노사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이것이 외국인들이 투자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이 여타 국가보다 2배나 높다는 것이 한국노동의 현실"이라며 "최근 들어 노동 생산성이 특히 저조하다"고 말했다.
베어 대표는 이외에도 "수출 품목과 대상국가가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생산성과 값싼 임금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도 한국 경제의 위협 요소로 꼽았다. 그는 또 "정치적 불확실성 등 열악한 투자 환경으로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에 있어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는 점도 위협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베어 대표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노령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2013년에는 두명의 경제활동 인구가 노인 한명을, 2026년에는 한명의 경제활동 인구가 노인 한명을 부양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어 대표는 "이런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와 기업, 노동자 모두가 협력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한국 노동 유연성 세계 44위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보다도 경직되어 있어 세계 주요국가 가운데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세계 60개국을 대상으로 해고 및 채용의 용이성, 최저임금수준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 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3.17로 44위에 그쳤다. 유연성 지수는 10점 만점에 높을수록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은 것을 뜻한다.
이는 덴마크(7.79, 1위), 미국(6.37, 10위), 일본(5.62, 17위), 영국(4.74, 26위)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싱가포르(7.76, 2위), 홍콩(7.72, 3위), 말레이시아(7.21, 6위), 대만(6.14, 12위 ) 등 개도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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